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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전 무패에 가려진 현실, 유럽에선 '94위'도 벅차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09-06 13:54


사진=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실험' '컨디션' '특정 선수의 부진'으로만 포장할 수 없다. 유럽에만 가면 작아지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조지아(피파 랭킹 94위)와의 평가전에서 2대2로 비긴 대표팀은 그 이전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0대0으로 비기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선 세네갈에 0대2로 패했다. 그해 3월에는 유럽팀과 스파링을 하기 위해 북아일랜드와 폴란드로 떠나 각각 1대2와 2대3 패배를 경험했다. 2017년 10월에도 러시아(2대4) 모로코(1대3)에 연패했다. 2016년 6월부터 지난 3년간 유럽에서 총 9번의 공식, 비공식 평가전을 치러 체코를 상대로 단 한 번 승리했을 뿐이다.(1승 2무 5패)

대표팀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조지아전을 묶어 최근 친선경기에서 12경기 연속 무패(6승 6무)를 질주 중이다. 원정과 중립지역에서 열린 4경기를 제외한 8경기가 모두 국내 평가전이다. 우루과이, 콜롬비아, 칠레, 이란, 호주 등 까다로운 팀을 상대로 패하지 않은 건 성과로 볼 수 있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초청한 팀은 대부분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한 남미 팀이었다. 반대로 장거리 이동을 하고 시차 적응이 덜 된 상태에선 유럽팀 또는 유럽에서 만난 타 대륙 팀을 상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조지아전 전반에 선보인 경기력을 보면 어느 팀이 피파 랭킹 37위인지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본 시즌이 시작한 상황이고 이동거리도 짧아 유럽파가 '역대급' 활약을 펼칠 환경으로 여겨졌으나, 유럽파 중 황의조(보르도)와 이강인(발렌시아) 정도만이 몇몇 장면에서 반짝였다.

경기를 앞두고 조지아를 '커피 브랜드' 쯤으로 보는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 같다. 피파 랭킹만 볼 때 쉽게 잡고 갈 상대로 여겨졌다. 하지만 조지아는 유럽 강호 입장에서 '약체'이지, 애초부터 한국이 쉽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한국이 장소를 옮겨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 첫 경기를 치를 때, 조지아는 홈에서 북유럽 강호 덴마크와 경쟁한다. 조지아는 유로 2020 예선에서 스위스, 아일랜드, 지브롤터, 덴마크 등과 같은 조에 속했다. 늘 이런 환경에 둘러싸여있다. 선수들은 스페인, 벨기에, 포르투갈,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폴란드, 터키, 러시아, 스위스, 미국 등 다양한 리그의 다양한 클럽에서 활동한다. 대표팀이 스리백과 같은 새로운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 선수와의 일대일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어이없는 패스 미스와 볼 컨트롤을 반복한 것까지 '실험' '전술' 때문이라고 봐선 안 된다. 주장 손흥민이 언급한 대로 "이 정도의 경기력으론 어렵다. 선수들 모두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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