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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분석]첫고비 넘긴 부산아이파크의 숨은 비결 '채찍'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9-07-11 05:30





[스포츠조선 최만식기자] '채찍은 부산을 춤추게 한다.'

최근 K리그2 18라운드 서울이랜드와의 경기에서 3대1로 승리한 부산 아이파크 식구들은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부산이 이날 경기서 대승을 했다고 해서 선두 광주와의 격차(승점 7점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광주가 계속 승점 3점을 챙겨나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안도감이 컸던 것은 올시즌 들어 가장 크게 느껴져던 고비를 성공적으로 벗어나서다. 지난 서울이랜드전에서 부산은 '화력축구'의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만약 광주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면 올시즌 목표인 1부리그 직행의 꿈은 대이변에 기대야 한다는 소리를 들을 뻔했다.

6월 중순 한때 선두에 올랐던 부산이 위기를 맞은 것은 16라운드 안산전(0대0 무), 17라운드 아산전(2대4 패)에서의 무기력때문이다.

하필 체력·집중력이 급감하는 무더위 철을 맞아 그랬으니 속이 탈 노릇. 그랬던 부산이 서울이랜드전에서 제모습을 찾은 데에는 '숨은 채찍'이 있었다.

조덕제 부산 감독은 수원FC 시절에도 그랬듯 웬만해서 채찍을 꺼내지 않는 스타일이다. 올시즌 부산의 새로 지휘봉을 잡고도 딱히 야단칠 일도 없었다.


리그 최고의 팀 득점력으로 1위 광주를 꾸준히 추격하는 등 경기 내용, 리그 성적 면에서 만족스러운 행보였다. 그만큼 선수들을 향한 칭찬도 계속 이어졌다.

조 감독은 안산전이 끝난 뒤 잊고 있던 '채찍'을 꺼내들었다. 안산전에서 나타난 선수들의 마음가짐, 자세로 볼 때 '그래도 오냐 오냐'했다가는 큰 일 날 것 같았다.

이렇게 꺼내든 채찍, 좀 세게 휘둘렀다. 선수들의 자존심도 슬쩍 자극했다. "우리팀에서 연봉 높은 선수 3명을 합치면 안산 전체 선수 연봉과 맞먹는다."

팀 안산을 무시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부산이라는 팀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서 운동하는 이유를 다시 새겨보라는 것이었다.

조 감독은 이렇게 강하게 싫은 소리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싫은 소리 듣고 기분 나쁘지 않을 사람 누가 있겠나. 타 선수와 비교하면 안된다는 걸 잘 알지만 부산서 받는 대우를 생각하면 그렇게 뛰면 안된다는 걸 잠시 잊은 것 같아 일깨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의 첫 번째 '채찍'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강력한 '싫은 소리'를 들은 뒤 맞은 아산과의 17라운드. 공-수 모두 몹시 무기력했던 안산전에 비하면 확연히 나아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복병'에 발목을 잡혔다. 패배의 결정적인 빌미가 됐던 후반 세트피스 연속 실점 상황에서 골키퍼 김형근이 어설픈 펀칭 볼처리가 결정타였다.

이전 16라운드까지 14경기-14실점으로 주전 골키퍼로서 역할을 탄탄하게 해줬던 것과 비교되는 플레이였다.

조 감독은 이어진 18라운드 서울이랜드전에서 김형근 대신 신입 골키퍼 최필수를 투입했다. 최필수는 선방률 60%로 성공적인 부산 데뷔전을 했고, 팀도 대승했다.

최필수는 군 입대한 구상민의 대체자원으로 안양에서 갓 이적했다. 안양에서 3경기(7실점)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부산 관계자들은 "출전 기회가 적어 떨어진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최필수의 실전 투입은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입단 2경기 만에 최필수 카드를 활용해 성공을 이끌었다. 붙박이 주전에 안주할지 모를 김형근에게 '채찍'을 주는 대신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려는 전략이 들어맞은 것이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 하지만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고. 지금 부산을 다시 춤추게 한 것은 타이밍 적절한 '채찍'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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