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맙고 기특한 U-20 '원팀', 기부 결의까지 했다

17일 오전 U-20 월드컵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단이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 했다. 팬들의 환영 속에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인천공항=송정헌 기자 [e-mail]/2019.06.17/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그저 고맙고, 기특할 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에서 준우승의 값진 성과를 낸 대표팀 선수들의 마음 씀씀이가 세계 정상급의 축구 실력만큼이나 돋보인다.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지 않는 진정한 '원 팀(One Team)'답게 한 마음으로 선행의 결의를 다졌다. 각자 받게되는 포상금의 일부를 모아 U-20 대표팀의 이름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액수는 중요치 않다. 스무살 남짓의 청년들이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모두 동의했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빛이 난다.

이 같은 결정은 U-20 월드컵이 끝난 뒤에 바로 나왔다고 한다. 대표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월드컵을 마친 뒤 선수단 회식 때 이런 이야기가 처음 나왔다. 주장인 황태현이 선수들에게 '만약 나중에 혹시 포상금 같은 걸 받게 된다면, 그 중에 일부를 모아서 기부 같은 걸 하는 게 어떨까'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막내형' 이강인까지 모든 선수들이 듣자마자 흔쾌히 찬성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U-20 월드컵 준우승의 쾌거를 이룬 U-20 축구대표팀 환영식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강인이 '누나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선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e-mail]/2019.06.17/

오로지 선수들끼리 자발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한 이야기다. 정정용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잘 몰랐다고 한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는 포상금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일찌감치 선수들끼리 결정한 것이었다. 월드컵 기간 내내 국민들에게 받은 아낌없는 성원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보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U-20 대표팀 선수들의 마음 가짐 역시 '월클(월드 클래스)' 수준이라고 볼 만 하다.

때 마침 대한축구협회(KFA)에서도 지난 26일, "정정용 감독, 선수단장을 맡았던 김판곤 부회장의 의견과 기존 관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준우승 성적을 낸 U-20 대표선수들에게 격려금을 균일하게 지급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포상금 규모는 개인당 2000만원 정도가 될 듯 하다. 이번 대회가 상금이 없는 대회인데다 20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액수다. 협회는 리틀 태극전사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경기력으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준 점을 높게 평가해 두둑한 격려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U-20 월드컵 준우승의 쾌거를 이룬 U-20 축구대표팀 환영식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선수단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재근 기자 [e-mail]/2019.06.17/

이런 와중에 선수들의 '기부 결의' 내용까지 알고보니 이 격려금이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경기력도 뛰어났지만, 마음 씀씀이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기부 결의 내용을 밝힌 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기부를 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모두 한마음이라 차차 논의해서 정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들 U-20대표팀을 '한국 축구의 미래'라고 부르는 진짜 이유는 실력과 더불어 이런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원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