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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선 신경전, 그래서 더 라이벌이 돼가는 서울-대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9-06-24 05:30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감독들의 작심 발언, 그리고 명승부, 이쯤되면 K리그 신 라이벌 카드로 떠오를만 하다.

22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 서울이 2대1로 승리했다. 만원 관중 앞에서 명승부를 벌였다. 결과를 떠나 마지막까지 누가 이길 지 알 수 없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 벌어지며 양팀 모두 축구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사실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경기였다. '명가' 서울은 최근 몇년 간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용수 감독이 복귀한 올시즌 승승장구 하고 있다. 2강으로 꼽히던 전북 현대, 울산 현대와 선두 다툼중이다. 대구는 올시즌 축구 흥행에 있어 돌풍의 핵이다. 빠른 축구로 성적, 재미를 모두 잡고 있다. 이 경기서 서울을 잡았으면 승점 차이가 추격 가능한 사정권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앞선 서울 맞대결의 신경전도 남아있었다. 양팀은 지난달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쳤었다. 당시에도 서울이 2대1 한 골차 승리를 거뒀었는데, 경기 뒤 대구 안드레 감독이 판정에 불만을 표했었다. 그 악연에 대구는 홈에서 설욕을 하고 싶었고, 서울은 실력으로 거둔 승리였음을 다시 입증하고자 했다.

여기에 양팀 수장들의 인연도 남달랐다. 최 감독과 안드레 감독은 2000년 안양 LG 시절 한솥밥을 먹으며 K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두 사람을 지휘하던 감독이 바로 조광래 대구 사장이었다. 예전 동료가 적으로 만나 혈투를 벌이는 일, 프로 세계에서는 지켜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때문에 이번 경기를 앞두고 새로운 라이벌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 대로 양팀은 두 번째 만남에서 재미 만점의 경기를 펼쳐보였다. 서울이 전반 알리바예프, 정현철의 연속골로 손쉽게 승리하는 듯 했지만, 대구의 파상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주도권은 대구가 잡아나갔다. 대구는 후반 황순민의 추격골이 터진데 이어 경기 종료 직전 세징야가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무산돼 땅을 쳐야했다. 서울은 골키퍼 유상훈이 연속으로 선방쇼를 펼쳐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대구는 올시즌 새 홈구장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는데, 서울이 대구에 첫 아픔을 준 팀으로 남게 됐다.

경기 후 신경전도 대단했다. 최 감독이 날선 발언을 했다. 최 감독은 "팬들이 (대구와 새로운 라이벌 관계 형성)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FC서울이다. 그동안 K리그에서 좋은 성과를 보였다. 솔직히 라이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1, 2차전 모두 실력으로 이겼다"고 했다. 성적, 역사 등을 봤을 때 대구는 서울의 라이벌이 될 수 없다는 직설적인 표현. 대구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에 안드레 감독은 "현역 시절, 경기를 못해도 이기는 경우가 있었다. 서울이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도 이기지 못했다"고 밝혔다. 평소 공격적인 발언을 잘 하지 않는 안드레 감독임을 감안하면 날을 거세게 세운 반격이었다.


양팀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갖고 약간의 감정이 섞인 발언을 했는지 모르지만, 어찌됐든 이와 같은 신경전으로 인해 앞으로 서울과 대구의 신 라이벌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당사자들은 불편할 수 있겠지만, 지켜보는 팬들은 더욱 재미있는 양팀의 경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울과 대구의 신 라이벌 탄생, '명품 매치'의 냄새가 솔솔 풍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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