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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 신화 쓴 정정용호 비하인드, 아쉬운 결승전+구보보다 나은 이강인+내 마음속 골든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6-21 09:09


2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남자축구 U-20대표팀 정정용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정용 감독과 코칭스태프. 신문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6.20/

[축구회관=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아쉬웠던 결승전부터 처음 만난 이강인, 마음속의 골든볼, 지도자 생활의 최종 목표까지. 정정용 감독, 공오균 코치, 김대환 골키퍼 코치, 오성환 피지컬 코치가 2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U-20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대표팀은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역사적 성과를 이룬 정정용호의 코칭스태프가 준우승의 뒷 이야기를 공개했다.

아직도 아쉬운 결승전

4일이 지났지만, 정 감독은 여전히 결승전 결과가 아쉽다. 승승장구하던 정정용호는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1대3으로 패했다. 정 감독은 "거기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한국에 오니 생갭다 더 많은 국민들이 우리 대표팀을 사랑해주셨구나 싶다"며 "보는 사람마다 '감사하다'고 해주신다. '수고했다' 보다 '감사하다'고 해주시니 더 좋은 성적을 냈어야 했는데 싶다. 결과적으로 더 냉정했어야 했다. 그럴수록 자꾸 결승전이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정 감독은 "전반에 일찍 골을 넣고 그 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폴란드에 가서 34도라는 온도를 처음 경험했다. 선수들에게 '라인을 내리면 위험해진다'고 했는데, 내 생각이었다. 선수들이 몸이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 경기를 끝으로 2년간의 도전도 마무리됐다. 정 감독은 "목표는 아니었지만 '언젠가 기회가 주어지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2년 전 한국에서 열린 대회를 보고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했다.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코치들과 분업화가 잘됐다. 좋은 준비가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감사하다"고 했다.


2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남자축구 U-20대표팀 정정용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정용 감독. 신문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6.20/
구보보다 나은 이강인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는 누가 뭐래도 이강인(발렌시아)이다. 이강인은 대회 내내 발군의 활약을 펼치며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FIFA 골든볼을 수상했다. 이강인이 세계축구계의 주목을 받자, '라이벌' 일본이 움직였다. 구보 띄우기에 나섰다. 최근 레알 마드리드행이 결정된 구보는 A대표팀에도 선발됐다. 일본 언론은 구보가 더 낫다며, 이강인과 비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오균 코치가 한마디로 정리했다. 공 코치는 "생갭다 잘했다고 느낀 선수는 강인이었다"며 "사실 직접 강인이를 보지 못했었다. 구보는 직접 봤다. 그때는 쿠보가 더 잘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함께하면서 직접 보니까 구보 보다 더 뛰어나더라. 더 장점이 많다. 이강인이 생갭다 훨씬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다"고 했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 활약으로 단숨에 한국축구의 미래로 떠올랐다. 정 감독은 "나보다 더 잘한다. 가지고 있는 테크닉은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피지컬적으로 봤을때 반응이나 근력, 코어적인 부분에서 밸런스를 맞춘다면 강인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클 수 있을 것 같다"고 극찬했다.

내 마음 속 골든볼

이강인은 골든볼을 받으며 "내가 아닌 팀이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모든 선수들이 자기 몫을 해줬다. 그렇다면 코칭스태프들이 꼽은 골든볼을 누구일까.

김대환 골키퍼 코치는 당연히 이광연(강원)을 꼽았다. 그는 "폴란드 가기전에 광연이가 말을 잘 들었다. 경기가 거듭될 수록 달라지더라.(웃음) 마지막 경기 앞두고 골키퍼가 골든볼을 받을 수 있나 검색을 했다"고 했다. 공오균 코치의 선택은 이규혁(제주)이었다. 공 코치는 "전날 경기를 못 뛴 선수들이 하는 훈련을 특공대라고 부르는데 규혁이가 특공대장이었다. 그래서 팀 분위기가 좋게 흘렀다"이라고 했다. 오성환 피지컬 코치는 박태준과 고재현을 꼽았다. 오 코치는 "두 선수는 많은 시간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항상 피지컬적으로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정 감독은 주장 황태현(안산)의 이름을 불렀다. 정 감독은 "태현이랑 길게 2년 반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지금 태현이가 톱클래스에 올랐지만, '게임 못뛰면 어떻게 하지' 라고 생각했던 순간도 있다. 주장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도 포기하며 누구보다 잘했다. 성격상 그런 얘기를 잘 못하는데 이 자리를 빌어 꼭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2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남자축구 U-20대표팀 정정용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정용 감독. 신문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6.20/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원팀

이번 대표팀은 '원팀'이었다. 코칭스태프도 그랬다. 권위주의는 없었다.

김 코치는 "감독님은 마음 속의 형"이라고 했다. 공 코치는 "남자끼리 50일 정도 같이 있으면 좋겠나. 잘 맞으면 그게 더 안좋다. 내가 항상 딴지를 거는 역할이다. 감독님이 피곤해 하셨지만, 감독님이 잘 방향을 정하시고 팀을 이끌었다"고 했다. 정 감독은 "먼저 이야기를 듣고,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다만 결정은 감독이 하는거다. 그 전에 어떤 의견도 낼 수 있다. 싸울 수도 있다. 권위적으로 하면 그런 분위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정 감독은 이번 선수단에 자율을 강조했다. 그는 "코끼리를 묶어 놓고 키우면 그 주변에만 머문다. 어렸을때부터 우리 선수들은 하지 마라는 말만 들었는데, 앞에서 안해도 뒤에서 다한다. 어쩔 수 없다. 다만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 어디까지 묶어야 하는지 딜레마가 존재한다. 단 거기에 대한 규칙을 단호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정 감독은 선수들과 헤어지며 "다시 만날때 추억은 간직하되, 더 레벨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구단으로 돌아가는데 이번주부터 제발 그라운드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소년, 그리고 정정용의 최종 목표

정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유소년 시스템을 강조했다. 정 감독은 전임지도자로 10년 넘게 유소년 육성에 모든 것을 쏟았다. 정 감독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제 유소년 정책, 제도는 자리잡아가고 있다. 아직 세부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선수를 선발할때 보이는 선수 뿐만 아니라, 체력조건으로 당장 보이지 않는 선수들, 예를 들어 과거 이재성이나 김진수 같은 선수들을 찾을 수 있게 투트랙으로 가야한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말로 끝낼 것이 아니라 매뉴얼을 만드는 등의 실천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지금 20세 이하 선수들이 A대표팀으로 발탁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경험을 더 축적시켜야 한다. 유소년때 만들어진 테크닉을 바탕으로 경험을 축적해 대표팀에 도전하는게 맞다. 그래야 퀄리티가 올라간다"고 했다.

지도자 정정용은 이번 대회를 통해 꽃을 피웠다. 그는 여러가지 청사진을 밝혔다. 정 감독은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내 입장에서는 가르치는 선수가 얼마나 발전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팀을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기도 하다. 대표팀은 조직을 만들기 어려운만큼 동계때 2~3개월 동안 팀을 만들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다. 지도자를 넘어 내가 이번 대회에서 배운 부분을 다른 지도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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