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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
행사 기획 및 진행을 맡은 박일기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지원팀장은 "작년 김학범 감독 초청 토크콘서트에 이어 오늘 두 번째로 구자철 선수를 초청하게 됐다. 여기 오신 축구가족들이 많은 것을 얻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구자철이 직접 자신의 축구 인생 이야기를 전했다. 10장의 자필원고를 꼼꼼히 준비했지만 40분간 원고도 보지 않고 축구를 향한 열정과 집념, 자신의 성장기, 유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을 아낌없이 전했다. 충청도 충주에서 축구를 좋아하던 한 소년이 청주 대성중학교-서울 보인고로 진로를 결정하며 성장해간 이야기를 털어놨다.
제주유나이티드를 떠나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유니폼을 입었던 해 초창기 시련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경기 중 골키퍼에게 패스를 하려다 실수로 골을 내준 적이 있다. 훈련장에서 동료 골키퍼가 인종차별적인 말로 나를 공개비난했다. 정말 힘들었다. 나는 그저 '아시아에서 온 선수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래도 축구를 계속해야 했다. 훈련장에 가서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이 적의 '다행이다'를 불렀다. 그렇게 용기를 냈던 것같다. 이후 선수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같이 밥도 먹고 어울리면서 독일에 적응하게 됐다"고 했다.
구자철은 유소년 선수들에게 "축구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지금도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구자철의 트레이드마크인 '긍정의 마인드'도 강조했다. "엎질러진 물도 주워담을 수 있다. 처음처럼 다 담지는 못해도 흡입기로 비슷하게 담을 수는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스스로에게 계속 심어야 한다. 또 한번 하기로 마음 먹은 일은 절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크콘서트, 플로어에선 팬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아우크스부르크 잔류 대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구자철의 진로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구자철은 "아직 구체적인 것은 결정된 것이 없다.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전제한 후 "그동안 축구선수로 살면서 가족들이 많이 희생해왔기 때문에 이번 선택에 있어서는 가족들의 뜻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철은 국가대표 은퇴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는 팬의 질문에 가장 오랜 답변 시간을 할애했다. 구자철은 "선수로서 국가대표를 그만하겠다고 마음 먹는 것은 절대로 쉬운 결정이 아니다. 국가대표 은퇴를 결정하는 것은 축구를 하면서 가장 슬픈 결정이었다"고 털어놨다. 10년간 국가대표로 뛰면서 독일-한국을 오가며 할 수 있는 매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최선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의 마음고생, 독일 소속팀에서의 전쟁같은 주전 경쟁, 무릎의 물을 빼가며 부상으로 인해 고통받은 이야기를 상세히 털어놨다.
K리그 복귀 의사에 대한 질문에 구자철은 "K리그 복귀는 내가 늘 가슴에 품고 있는 꿈 중의 하나다. 지금도 매주 K리그 경기를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언젠가 K리그로 다시 돌아와 뛰는 꿈을 지금도 꾸고 있다"고 답했다.
2009년 U-20월드컵 8강 선배로서 폴란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U-20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충분히 좋은 경기를 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면 분명 좋은 결과를 갖고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포르투갈에 대해 "유럽에 있으면서 포르투갈 대표팀을 잘 알고 있다. 17세, 19세 이하 유럽 우승 멤버다. 굉장히 좋은 팀"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팀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좋은 경기를 했다는 것은 팀을 잘 만들고 대회에 나섰다는 것이다. 분명 잘 이겨낼 것"이라며 굳건한 믿음을 표했다.
팬 질문에 답하던 중 BTS(방탄소년단)의 팬이라는 것도 깜짝공개했다. "선수이기 이전에 나도 평범한 사람이다. 때로는 위로받고 싶다. 좋아하는 가수, 아이돌, 건축가 등을 보며 힘을 얻는다. 최근엔 BTS의 팬이다. 그 친구들이 가는 방향을 보며 저또한 용기를 얻게 되고, 제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 기를 받고 나 또한 좋은 기를 나눠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자철은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이날도 진심을 다해 팬들과 소통하고, 최선을 다해 유소년 후배들을 위해 조언했다. "국가대표 은퇴 이후에도 대한민국 축구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것이다. 오늘 이 자리가 그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광화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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