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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오의 양보''우리형 건들지마!' 될팀될 울산, 이유있는 선두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5-17 05:20


PK 결승골 넣은 김보경, 뒤에서 기뻐하는 주니오의 모습이 보인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보경 SNS

"주니오 최고!"

지난 12일 K리그1 11라운드, 안방에서 '1강' 전북을 2대1로 이긴 후 '울산 미드필더' 김보경은 자신의 소셜네크워크서비스에 주니오의 골 세리머니 사진을 올렸다. 쐐기골의 기회를 내준 주니오를 향한 '헌사'였다. 후반 46분, 주니오는 김태환이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를 김보경에게 양보했다. 김보경은 깔끔한 슈팅으로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벤치의 지시가 아니었다.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주니오가 친정 전북전에 나선 김보경의 마음을 이해한 것 같다"고 했다. K리그 레전드 골잡이로서 김 감독은 "이날 주니오가 골 찬스를 몇 번 놓쳤다. 골잡이라면 누구나 이럴 때 페널티킥으로 자신감을 높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골 욕심이 나지 않았을 리 없다"고 짐작했다. 주니오는 욕심을 내려놓았다. 기꺼이 동료에게 6호골의 기회를 양보했다. 이날 김인성과 김보경의 골 장면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띤 이도 'K리그 득점 1위' 주니오였다. 주니오는 외국인 공격수로 보기 드문 팀플레이어다. 때로 수비를 위해 너무 아래까지 내려와서 김 감독이 오히려 "내려오지 마라. 체력을 아껴라"는 주문을 할 정도다.


울산 김인성 골 주니오가 자신의 골처럼 기뻐하고 있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K리그서 가장 먼저 조1위, 16강을 확정지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시드니FC전서도 울산의 끈끈함은 빛났다. 후반 26분 시드니 공격수 카세레스가 자신을 막아서던 박주호를 손으로 밀쳐 쓰러뜨리자 박용우, 이명재 등 후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우리 형'을 지키겠다는 의지였다. 김도훈 감독은 "팀으로서 서로를 아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감동 받았다. 이런 모습들이 우리가 앞으로 나가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올시즌 14년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은 '잘 되는 집안'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이근호 박주호 김창수 강민수 등 실력파 베테랑들이 공수에서 확실한 중심을 잡는다. '울산의 허리'를 이루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윤영선 김태환 주민규 김성준 신진호 오승훈 등 6명은 상주 상무에서 군대밥을 함께 먹은 '전우'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서로의 스타일을 꿰뚫고 있는 절친이다. '원톱' 주니오, '맨시티 출신 미드필더' 믹스, '통곡의 벽' 불투이스 등 '막강' 외국인 트리오도 스스럼없이 팀에 어우러진다. 이동경 박정인 등 막내들은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선배들의 뒤를 받친다.

울산은 위기를 버텨낸 후 더욱 강해진 모양새다. 3월 개막후 10경기 무패를 달렸던 울산은 4월 FA컵 32강에서 대전코레일에게 패하고, 성남과의 리그 홈경기에서 첫패를 떠안으며 첫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어진 가와사키 원정(2대2무)에서 값진 승점을 따고 경남전(2대0승)에서 승리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5월 들어 포항과의 동해안더비에서 패한 후 ACL에서 시드니를 꺾고, 리그에서 전북을 이기며 또다시 반전했다.

올시즌 울산엔 패배의 그림자가 오래 드리우지 않는다. 전형적인 '잘되는 팀'의 분위기다. 공격 효율성도 리그 최강이다. 울산은 올시즌 11경기에서 슈팅 107개를 기록했다. 이중 71개가 유효슈팅이다. 슈팅 대비 유효슈팅 비율이 66.3%로 K리그 1위다. 김 감독은 "슈팅의 정확성은 훈련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공격 훈련 때 반드시 마무리를 짓도록 한다. 3골, 5골, 골 목표를 정하고 그 골을 넣을 때까지 집중하고, 끝까지 마무리하는 훈련을 계속 하고 있다"고 했다. 그 결과 주니오와 김인성이 나란히 5골로 리그 득점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2017년 울산에서 36경기 5골 3도움이 개인 최고 기록인 김인성은 올시즌 11경기만에 5골 1도움을 기록중이다. 2013년 프로 데뷔 이래 가장 빠른 페이스다. '커리어 하이(career high, 개인통산 최고 성적)'는 떼논 당상이다. 원팀과 개인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

K리그 선두 울산(승점 23)은 18일 오후 5시 K리그1 12라운드 수원 삼성 원정에 나선다. 지난 3월 1일 개막전에서 울산은 수원을 2대1로 이겼다. 김도훈 감독은 수원전 승리를 통한 선두 굳히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리는 전북전 승리로 중국, 일본, 호주, 한국 챔피언을 모두 이겼다. 이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원전에서 반드시 원하는 목표인 승점 3점을 얻겠다."

한편 '1강' 2위 전북(승점 21)은 같은 날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와 맞붙는다. 전북은 제주와의 최근 7경기에서 6승 1무, 무실점 무패다. 승패에 따라 선두가 또다시 바뀔 수 있다. 전북과 승점이 같은 3위 서울(승점21)은 19일 상주상무 원정에 나선다. 같은 날 4위 대구는 안방에서 유상철 신임 감독의 인천과 맞대결을 펼친다. 경남은 포항과, 성남은 강원과 홈에서 각각 맞붙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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