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든 시간들이 제겐 힘이 됐어요. 그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울산 데뷔골 소감을 묻자 주민규는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다"며 웃었다. 첫 선발에서 골맛을 봤다. 주민규는 "이적을 하게 되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보여주겠다는 생갭다 팀과 어우러지겠다는 생각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레전드 골잡이'김도훈 울산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베트남전에서 뜻하지 않게 다치고 자신감도, 의욕도 떨어질 무렵 감독님이 부르셔서 할 수 있다. 부담갖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감독님께서 저렇게 말씀하시는데 내가 조급해져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
공격수 주민규의 길은 도전과 성장의 기록이다. 한양대 졸업 후 1부리그의 길이 열리지 않았다. 길이 열리지 않는다고 축구의 꿈을 놓은 적은 없다. 2013년 2부리그 고양 '번외선수'로 입단했다. 프로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보직을 변경한 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2015시즌 서울 이랜드에서 40경기 23골을 몰아치며 스타덤에 올랐다. 2017~2018시즌 1부리그 상주상무에서 2시즌간 45경기 21골, 역대 군인선수 최다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K리그 1부리그 '리딩구단'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꽃길만 걷지 않았다. 한국나이 서른의 K리거는 '가시밭길'을 축복이라고 했다. 주민규는 "저는 힘들게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힘든 시기가 많았다. 물론 엘리트 코스만 밟는 선수들도 힘들다. 저는 그 선수보다 좀더 힘들었던 것같다"고 했다. "가족의 힘으로 여기까지 버텨왔다"고 덧붙였다. "아직 인생의 절반도 살지 않았지만, 시련은 내게 힘이다. 힘든 시기가 찾아와도 헤쳐나갈 힘이 생겼다. 힘든 시절을 기억하기 싫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그 시간들에 감사한다." 인생을 결정 짓는 건 언제나 태도다.
|
'팀플레이어' 주민규는 새로운 팀 울산에 폭풍적응하고 있다. 상주 상무 시절 군대밥을 함께 먹었던 윤영선, 김성준, 김태환, 오승훈, 신진호와 울산에서 재회했다. 주민규는 "군대 동기, 선임들도 든든하고, 이근호 형, 박주호 형들도 너무 좋다. 실력뿐 아니라 분위기가 정말 좋은 팀"이라고 소개했다. 주니오와의 한솥밥 경쟁에 대한 질문에 주민규는 "경쟁보다 공존"을 노래했다. "축구는 한 명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울산은 우승을 해야한다. 주니오가 잘하면 좋다. 주니오는 정말 좋은 선수다. 장점을 배워서 제것으로 만들어야한다. 주니오처럼 훌륭한 선수가 옆에 있어서 좋다."
매시즌 두자릿수 골을 목표삼았던 주민규는 올시즌 울산에서 골 목표를 "주니오를 따라가는 것"으로 수정했다. "'주니오 발밑까지라도가자'가 목표"라고 했다. "주니오가 20골 넣으면 나는 15골 이상 넣어야 한다. 엇비슷하게 가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같은 경우 이동국, 로페즈, 아드리아노 등 두자릿수 골을 넣는 공격수가 많다. 우리도 공격라인이 골고루 터져야 한다. 주니오가 잘할수록 우리도 열심히 따라가줘야 한다. 주니오는 걱정 없다. 나만 잘하면 된다"며 웃었다.
'울산 데뷔골 도우미' 김보경에게 밥을 샀느냐는 농담에 주민규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김)보경이형은 제가 범접할 수 없는, 워낙 '톱클래스' 선수다. EPL 출신에 등뒤에서 뭔가 빛 같은 게 난다. 그래서인지 좀 어렵다. 말도 잘 못붙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주민규의 올시즌 목표는 오직 울산의 K리그 우승이다. 국가대표 꿈을 묻는 질문에 "국가대표는 늘 마음속에 품어온 꿈이다. 하지만 올해는 팀 우승이 가장 큰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말 열심히 해서 울산이 우승하고, 보경이형과 함께 국가대표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밥도 사달라고 말할 것"이라며 웃었다.
주민규는 10일 오후 8시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가와사키전에서 사상 첫 아시아챔피언스 무대에 도전한다. 김도훈 감독은 9일 기자회견에 선수대표로 주민규를 대동했다. "감독님이 '아챔은 처음이지?' 하시더라. 그래서 같이 가자고 하셨다더라. 김사할 따름"이라며 고개 숙였다. "'아챔'은 아시아 프로선수들의 로망이다. 누구나 쉽게 나갈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좋은 팀으로 이적한 덕분에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안방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라며 눈을 빛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명품 커플 궁합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