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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미디어데이]감독들의 언중유골 '썰전'…"슬픈 안데르센 동화", "3점이 쉬워?"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9-02-26 16:57


2019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가 2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다. K리그 2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10개 구단의 감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K리그2 미디어데이에는 전남 파비아노 수아레즈 감독과 한찬희, 아산 박동혁 감독과 이명주, 부산 조덕제 감독과 한지호, 대전 고종수 감독과 박주원, 광주 박진섭 감독과 김태윤, 안양 김형열 감독과 주현재, 수원 김대의 감독과 조유민, 부천 송선호 감독과 김영남, 안산 임완섭 감독과 장혁진, 서울이랜드 김현수 감독과 김영광이 참석했다. 홍은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2.26/



"슬픈 안데르센 동화로 끝날 것이다."

"승점 3점 따가는 게 어디 쉽겠어?"

겉으로 잔잔했지만 '언중유골', 흥미로운 전운이 감돌았다.

2019년 시즌 K리그가 개막전부터 진한 긴장감 속에서 펼쳐지게 생겼다. K리그1 12개팀 감독들이 일찌감치 그렇게 예고했다.

첫 단추부터 잘 꿰야 한다고, 각자의 개막전을 맞이하는 감독들은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반드시 너를 잡아야 한다'는 동상이몽 속에 말 속의 이빨도 감춰둘 수 없는 상황이다. 기싸움에서부터 밀리면 안되는 까닭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썰전'은 2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잘 나타났다. 재치가 넘치는가 하면 살벌함도 느껴지는 말의 향연 속에 올시즌 K리그의 새로운 흥미는 시나브로 피어오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날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12개팀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각자의 개막전 상대팀 감독에게 기선제압 한마디를 주문했다.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선전포고를 하라"고 한 것이다.

우선 눈길을 끄는 '촌철살인'을 뱉은 이는 제주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이다. "1라운드 인천전은 안데르센이 슬픈 동화로 끝날 것이다."


개막전 상대인 인천유나이티드의 욘 안데르센 감독을 빗대어 한 말이다. 덴마크의 역사 속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과 안데르센 감독은 동명이인이다. 안데르센 감독의 국적은 노르웨이.

조 감독은 유년기를 보낸 지구촌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봤을 '안데르센 동화'를 패러디했다. 인천 홈팬들은 안데르센(감독)의 '해피엔딩' 동화를 꿈꾸겠지만 '새드엔딩'으로 동심을 밟아놓겠다는 조 감독의 의지가 담겼다.

조 감독은 제주의 경계대상 1호로도 인천을 꼽았다. "인천은 오랜기간 개막전 승리를 하지 못해 그 간절함이 클 것이다. 시즌 초반 원정경기 계속되는 만큼 인천과의 첫 경기가 한 시즌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2019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가 2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다. K리그 1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인천 안데르센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K리그 1 미디어데이에는 전북 조세 모라이스 감독과 문선민 송범근, 경남 김종부 감독과 조던머치 이승엽, 울산 김도훈 감독과 김보경 박정인, 포항 최순호 감독과 이진현 하승운, 제주 조성환 감독과 박진포 이규혁, 수원 이임생 감독과 염기훈 전세진, 대구 안드레 감독과 한희훈 정승원, 강원 김병수 감독과 오범석 이재익, 인천 욘 안데르센 감독과 남준재 콩푸엉, 상주 김태완 감독과 김민우 박용지, 서울 최용수 감독과 고요한 조영욱, 성남 남기일 감독과 서보민 김동현이 참석했다. 홍은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2.26/


이에 맞서는 안데르센 감독은 '슬픈 동화'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개막전때 우리 인천구장이 (관중으로)꽉 찰 것이다. 승점을 따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담담하게 응수했다.

강원FC 김병수 감독과 상주 상무 김태완 감독은 '승점 3점'으로 옥신각신했다. 김병수 감독이 먼저 "잘 부탁합니다. 잘 해봅시다"라고 짐짓 고개를 숙이는 척 하자 김태완 감독은 "(승점)3점이 어디 쉽겠습니까"라고 쏘아붙였다. 화제의 드라마 'SKY캐슬'에서 유행어가 된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를 연상케하는 말투였다.

이에 앞서 두 감독은 "상주가 승점을 주면 가져가겠다"(김병수 감독), "먼길 상주까지 오시는데…, 어디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보시던가"(김태완 감독)라며 1차전을 치른 바 있다.

'3점'은 수원 삼성 이임생의 감독의 선전포고에서도 나왔다. 개막전 상대 울산 현대의 김도훈 감독이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이임생의 인상을 보라. 나쁜 말 하면 '싸대기' 맞을 것 같다. 울산에서 판 벌여놓고 기다리겠다"고 먼저 자극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형님, 3점 따러 가겠습니다"라며 ?고 굵은 멘트와 표정으로 받아쳤다.

경남FC 김종부 감독과 성남FC 남기일 감독의 신경전도 '승점 3점' 논쟁에 밀리지 않는다. 먼저 김종부 감독은 "1부리그가 얼마나 힘든 곳인지 첫 경기부터 몰아붙이며 보여주겠다. 남 감독이 부담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성남이 올시즌 K리그1로 복귀한 점, 작년 시즌 경남이 1부리그로 승격해 리그 2위,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점을 부각시키려는 듯했다. '(성남)너희들이 1부리그 맛을 알아?'라는 의미다. 이에 남기일 감독은 특유의 당당한 말투로 "?게 말하겠습니다. 받아들이세요"라고 맞받았다.

정면 대결을 피한 채 '선문답'을 주고 받은 케이스도 있다, 포항 스틸러스 최순호 감독은 "최용수 감독은 웬만한 말에도 충격 안받을 것이다. 작년에 너무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았나. 나도 3년 전에 그랬는데. 굳이 한마디 하자면 집이 크다고 축구 이기는 게 아니다"하며 서울 연고지 거대 구단 FC서울에 대한 필승의지를 나타냈다. 그러자 최용수 감독은 "저는 뭐∼, 개막전이니까. 축구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 팬들이 원하는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하고 싶다"며 즐기는 자가 승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북 현대 조세 모라이스 감독과 대구FC의 안드레 감독은 외국인 감독끼리 서로 조심하는 모습이다. 모라이스 감독이 "모든 면에서 대응책 마련 잘 하고 있으니 대구도 더 준비해야 할 것이다. 킥을 남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하자 안드레 감독은 "모라이스 감독이 K리그에 적응 잘 하고 좋은 성적 거두길 기대한다. 하지만 그게 개막전이 아니길 바란다"며 '우회도로'를 선택했다.

이날 '썰전'을 시작으로 K리그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느낌이다. K리그1은 오는 3월 1일 오후 2시 전북-대구의 첫 경기를 포함, 3월 3일까지 개막 6경기를 시작으로 대장정에 들어간다. K리그2는 3월 2, 3일 전남-아산전을 시작으로 일제히 개막전을 치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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