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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번째다.
이쯤되면 '맨유잔혹사'다. 지난 5년간 세번째 감독경질이다. 사실 무리뉴 카드는 맨유의 승부수였다. 데이비드 모예스, 루이스 판 할 감독이 줄줄이 실패한 후, 절치부심 끝에 꺼낸 것이 무리뉴 카드였다. 물론 유망주를 외면하고, 지나치게 직설적인 화법이 맨유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무리뉴 감독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검증을 마친, 맨유가 그토록 원하는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는데 가장 최적화된 인물이었다. 계속된 부진과 기행에도 맨유 운영진이 무리뉴 감독을 계속 끌고 간 데는 그만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렇게 믿었던 무리뉴 감독마저 실패하며, '이 남자'에 대한 향수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은퇴한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다. 퍼거슨 감독은 27년간의 통치를 끝내고 2013년 은퇴를 선언했다. 그때도 대단했지만, 지금 맨유를 보면 퍼거슨 감독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27년간 이어진 퍼거슨 체제 하에서 무려 38개의 트로피를 챙긴 맨유는 지난 5년간 단 세개의 우승컵을 더하는데 그쳤다. 반면 씀씀이는 엄청나게 커졌다. 퍼거슨 시절 선수영입에 5억4650만파운드를 사용했던 맨유는 모예스, 판할, 무리뉴 감독을 거치며 5년간 무려 7억905만파운드를 썼다. 어떤 지표를 들이밀어도 퍼거슨 감독의 대단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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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퍼거슨 감독을 언급해보자. 그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감독 중 하나였다. 퍼거슨 감독은 현대축구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유연한 전술가이자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을 실천한 절대적인 통치자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탁월한 동기부여가이자 선수를 보는 혜안과 통찰력을 갖춘 탁월한 눈의 소유자였다. 탁월한 언변과 넘치는 카리스마를 앞세워 누구보다 언론을 잘 다뤘다. 감독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능력이 어우러져 맨유군단을 하나로 묶었다.
퍼거슨의 후계자를 찾는 과정에서 맨유가 한 가장 큰 실수는 이런 '퍼거슨'을 대체하려고 한 것이다. 사실 퍼거슨 감독 이후 데려온 모예스, 판 할, 무리뉴 감독 모두 납득할만한 선택이었다. 모두 당대 최고의 감독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하나 같이 약점을 갖고 있었다. 모예스 감독은 에버턴 시절 유망주 육성과 선수 영입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지만, 슈퍼스타들을 다루는 카리스마가 부족했다. 아약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판 할 감독은 엄청난 전술가였지만, 융통성이 없었다. 무리뉴 감독은 퍼거슨 감독과 가장 비슷한 인물로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선수와의 파워싸움에서 밀리고 말았다.
이 약점은 생갭다 컸다. 퍼거슨이라는 완벽한 브랜드 매니저 아래서 굴러가던 맨유 제국은 약점이 하나씩 노출될때마다 흔들렸다. 27년이라는 시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대처하지 못했다. 퍼거슨과 함께 떠난 데이비드 길 CEO의 공백까지 더해지며 맨유는 더욱 큰 충격파를 겪어야 했다. 재정적으로 더욱 탄탄해진 맨유는 폴 포그바에게 세계 최고의 이적료를, 알렉시스 산체스에게 무려 7억원의 주급을 줄 수 있는 클럽이 됐지만, 축구적으로는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지 못하는, 스타들이 기피하는 클럽이 됐다.
'제2의 퍼거슨'을 찾을 수 없다면 '퍼거슨식 시스템'을 마련했어야 했다. 맨유는 19일 임시 감독으로 올레 군나르 솔샤르를 선임했다. 솔샤르 감독은 올 시즌 끝까지 팀을 맡게 됐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퍼거슨이 했던 전술, 통치, 동기부여, 언론 대처, 선수 스카우트, 유망주 육성 등을 나눠가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솔샤르 이후 감독으로 거론되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지네딘 지단, 디에고 시메오네 등이 와도 퍼거슨 시절의 성공을 재연할 수 없다.
왜 퍼거슨은 됐고 다른 감독은 안됐는지, 이유는 바로 '퍼·거·슨' 이름 석자에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