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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베트남어 할 줄 몰랐던 박항서 감독, 포옹과 키스로 베트남 선수 무장해제 시켰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12-19 08:14



"내가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 영어도, 베트남어도 할 줄 몰랐다. 내가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피지컬 접촉이었다."

베트남축구 수준을 끌어올려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베트남대표팀 감독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박 감독은 올해 한국 나이로 60세다.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 등 외국인 사령탑을 보좌하면서 익힌 영어는 약간 알아듣는 수준이지만 말할 줄 모른다. 베트남어는 여느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알아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그런 그가 2017년 10월부터 베트남 각급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그라운드에선 감독이 아닌 선수들이 뛴다. 선수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박 감독의 첫 번째 미션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선수들과 마음을 통해야 한다.

그래서 박 감독이 택한 것이 '포옹'과 '키스'였다. 국내에선 '호랑이 감독' 스타일이었지만 베트남에선 다른 접근이 필요했던 것이다. 선수들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고,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포옹은 기본이었다. 박 감독이 호텔 의자 앉아 '애제자' 응우옌 꽝 하이를 껴안고 있는 사진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파파 리더십'이란 단어가 생겨난 이유다.


베트남 매체 소하는 국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박 감독의 코멘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박 감독은 "사실 사람들이 나를 '파파'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해한다"며 웃었다.

이어 박 감독은 "내가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영어와 베트남어를 할 줄 몰랐다. 내가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피지컬적인 접촉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매 경기가 끝났을 때 나는 주장과의 피지컬적인 접촉을 통해 긍정적인 요소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우리 팀이 패했을 때는 더 안아주고 등을 토닥거렸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하자 선수들도 점점 편안함을 느꼈다. 내가 경기 중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의미는 내가 행복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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