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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결과다.
대표적인 예가 유상철 감독의 사퇴 과정이다.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유 감독은 지난 8월 스스로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표면적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다.
하지만 내막은 달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남 지휘봉을 잡은 유 감독은 개막한지 3개월쯤 지난 시점부터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유 감독에게 김인완 당시 전력 강화실장과 보직을 바꾸라는 황당한 제안이 있었다. 실제 유 감독이 떠난 뒤 김 실장은 대행 자격으로 벤치에 앉았다. 사전 시나리오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정작 구단이 관심을 가진 것은 다른 포지션 플레이어였다. 구단 측은 호주까지 날아가 수비수 도나치를 영입해왔다. 물론 전남은 수비 영입도 필요했지만, 진짜 급한 자리는 공격수였다. 현장과 구단의 엇박자 속에 영입된 도나치는 올 시즌 리그 10경기에 나선게 전부다. 당시 전력강화실장이었던 김인완 감독 대행 조차 도나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설상가상으로 내부 직원의 횡령 의혹까지 불거졌다. 금전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당 직원이 구단을 떠나는 일까지 있었다.
선수들도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전남은 시즌 한 때 '태업 소문'이 돌았다. 득점 기회는 빈번하게 놓쳤고, 경기 막판에는 어이없는 실수가 연달아 벌어지자 이런 말들이 흘러나왔다. 특정 고교 출신 중심의 '라인'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끝이 아니다. 시즌 막판에는 베테랑 공격수 박준태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기강이 무너진 선수단에게 단합을, 그리고 승리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추락한 명가, 앞날은 암울하다. 벌써부터 모기업 포스코가 다음 시즌 운영비를 대폭 삭감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구단 존립 조차 불투명한 현실이다. 지금의 경기력과 분위기라면 전남이 다시 K리그1 무대를 밟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막을 수 있었던 인재, 강등의 현실은 싸늘하기만 하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