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와 FC서울이 K리그 최고 인기구단의 자존심을 놓고 시즌 막판 치열한 장외전쟁을 펼치고 있다.
K리그 최다 관중수(유료) 경쟁은 지난 2006년부터 서울과 수원의 양강 구도로 자리잡았다. 서울은 K리그 인기를 이끌어가는 '리딩 구단'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의 1000만 시민이 거주하는 수도팀답게 팬 베이스가 탄탄하다. 여기에 구단의 활발한 마케팅이 더해졌고, 호성적도 뒷받침이 됐다. K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10년에는 구단 역대 최다관중(48만8641명·평균 3만2576명)을 찍기도 했다.
라이벌은 수원이었다. 서울 못지 않은 대규모 서포터스와 충성 팬들을 보유한 수원은 "축구수도"를 외치며 2006년부터 인천과 대전을 밀어내고 서울과 1~2위를 양분했다.
전북이 관중수 '톱 3'에 이름을 올린 건 2009년부터다. 당시 홈 15경기에서 23만5425명(평균 1만5695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 크기의 물리적 한계로 서울, 수원과의 격차를 줄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적게는 3만명에서 많게는 10만명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전북은 과감한 투자로 팬들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최강희 감독이 창시해 K리그를 넘어 아시아에서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은 '닥공(닥치고 공격)'이 팬들에게 제대로 어필됐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오면 시원한 공격축구를 만끽하고 돌아가는 팬덤이 서울과 수원 못지 않게 형성됐다.
2015년에는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K리그 최다관중 1위를 찍었다. 홈 19경기에서 33만856명이 들어찼다. 매 경기 평균 1만7413명이 전주성을 메웠다. 인구수 60만명밖에 되지 않는 전주에서 일궈낸 기적이었다.
반짝 인기가 아니었다. 꾸준하게 유지됐다. 전북은 2015년을 기점으로 수원을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2016년에도 서울과의 격차는 2만여명에 불과했다. 올 시즌도 각축이다. 1일 현재 홈 17경기에서 서울(20만1224명)과 전북(19만8180명)의 격차는 3044명에 불과하다.
전북은 오는 4일 울산과의 K리그1 스플릿 A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최다 관중수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은 대구 원정을 떠난다. 이후 서울은 전남, 인천과 연속 홈 경기를 펼치고 전북은 다음달 2일 시즌 최종전에서 마지막 홈 경기를 치른다.
전북은 조기우승으로 긴장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울산전은 '현대家 더비'이기 때문에 구름관중이 몰릴 공산이 크다. 또 시즌 최종전에선 전북을 13년간 이끈 최강희 감독의 고별전이기도 하다. 많은 팬들이 최 감독의 전북 마지막 경기를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스플릿 B로 떨어진 탓에 안방에서 남은 두 경기 상대가 이름 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전남과 인천이다. 그러나 자칫 강등권으로 추락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팬들이 상암벌을 찾아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리그 최다관중에 또 다른 균열이 일어났다. 울산이 수원을 제치고 '톱 3'에 진입했다. 홈 18경기에서 총 13만5507명이 울산 호랑이굴을 찾았다. 평균 7528명. 울산은 공업도시이기 때문에 주중 경기에 많은 팬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구단 규모에 걸맞지 않은 소규모 서포터스에다 주말에는 주위 관광도시 경주 등으로 시민들이 빠져나가 관중을 끌어모으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올 여름부터 달라진 경기력으로 얻은 호성적과 구단 프런트의 각고의 노력이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김광국 단장은 직접 학교 등굣길, 회사 퇴근길 등 시간을 가리지 않고 직원들과 홍보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또 축구와 함께 지역·유명 가수가 공연도 하고 팬들과 스킨십도 할 수 있는 마케팅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고, 좌측 풀백 박주호도 구단 홍보에 도움이 되고자 예능프로그램에 적극 출연하고 있다.
선수단도 미니 축구클리닉 등 행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경기장에는 놀이공원 수준의 이벤트존이 운영되면서 그라운드 밖에서도 쏠쏠한 즐길거리를 마련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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