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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이파크 그들만의 '봄날 축구' 비결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10-25 13:53


지난 2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대전과 부산의 K리그2 33라운드가 열린 날. 원정팀 부산 선수단 버스가 도착하자 많은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 아이파크



"팬분들 신경쓰기 더 바빠요."

시즌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K리그, 막판 순위싸움을 지원하는 구단 프런트는 리그 일정 관리하는 것만 해도 정신적·육체적으로 부쩍 바쁠 시기다.

여기에 자꾸 몰려드는 팬들의 '관심공세'까지 관리하자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래도 모처럼 일할 맛이 난다.

K리그2 부산 아이파크가 '제2의 축구 봄날'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아시안게임 금메달-'벤투호'의 연착륙으로 이어진 '한국축구의 봄날'이다.

'끓는 냄비'를 자주 접했던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이런 '봄날'이 K리그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 낙관한 이는 많지 않았다. 2부리그 K리그2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부산은 요즘 '예외'다.

부산 만의 그럴 만한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1부 승격 희망+스타 김문환

부산의 인기 폭등은 최근 수원FC, 대전과의 원정 32, 33라운드에서 잘 나타났다. 구단이 팬들의 원정 응원 참여 신청을 받아 운행한 장거리 셔틀버스가 2대로 늘었다. 종전만 해도 일정 인원 이상 신청자가 나와야 버스를 가동하는데 이를 채우지 못하기 일쑤였다. 이들 부산발 열성팬뿐 아니라 원정 현지 팬들까지 몰려와 선수단 버스를 둘러싸고 사인-기념촬영 공세를 펼친다. 부산의 원정경기에서 전에 볼 수 없던 진풍경이다. 결정적인 도화선은 대표팀의 떠오르는 별 김문환(23)이다. 지난해 부산에 입단한 김문환은 아시안게임과 벤투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국민적인 축구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였다. 김문환이 처음 떴을 때 화제가 됐던 김문환 사진이 포함된 경기안내 플래카드 쟁탈전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홈, 원정 가리지 않고 김문환을 보겠다는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소녀팬들이 많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김문환은 사실 빼어난 외모는 아니다. 하지만 역대급 스타 박지성을 연상케하는 친근한 이미지에 박지성처럼 부지런히 뛰는 플레이 스타일은 팬심을 자극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김문환을 보는 재미에 '희망고문'까지 가미되니 팬들의 관심은 드높아진다. 부산은 최근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2위 성남(승점 56)에 승점 2점차까지 추격했다. 리그 4연승은 지난해 27∼30라운드 이후 1년 만이다. 1부 승격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부산은 극적인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남은 3경기에서 2위 등극을 노린다. 우승이 확정적인 아산의 내년 시즌 운명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2위팀이 1부로 직행할 수 있어 부산의 질주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부산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문환이 파나마와의 친선경기에 출전해 볼 컨트롤을 하고 있다. 천안=송정헌 기자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라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부산은 앉아서 '만세'만 부르지 않았다. 관심과 수요를 층족시키기 위한 발빠른 마케팅이 눈길을 끈다. 부산지역 길거리에 걸었던 '김문환 플래카드'가 동나는 해프닝이 발생하자 '김문환 등신대'를 MD 상품으로 개발했다. 유명 연예인의 광고 홍보-팬미팅용으로 등장한 등신대를 김문환에 접목시킨 것이다. '김문환 등신대'는 지난 10월 A매치때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경기장에 개설한 'K리그 MD숍'에서 조기 품절 상품 1순위였다. 여기에 구단은 '프리미엄 게스트 하우스 패키지'라는 이색 상품을 내놓는다. 타 지역에서 부산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하는 팬들을 위한 특별 상품이다. 부산 관계자는 "최근엔 타 지역에서 부산으로 경기를 보러 오고 싶어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구단 공식 SNS를 통해 경기 예매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면서 "이런 현상에 맞춰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팬들을 겨냥한 패키지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패키지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숙박을 하고 프리미엄석 경기 관람과 부산 관광을 할 수 있는 상품을 묶었다. 숙박까지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다. 1인당 1만5000원이면 '게스트 하우스 6인실(4인권 구매시 4인실) 1박+프리미엄석+부산타워 전망대 관람권'을 이용할 수 있다. 부산역에서 걸어서 5분, 구덕운동장에서 대중교통 20분 거리에 위치한 협력 업소(게스트 하우스)를 확보한 부산 구단은 별도 여성 전용 객실과 간단한 조식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옛 축구성지 부산, 그들 만의 '축구봄날'은 '성적+스타+마케팅'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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