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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시달린 한국축구, 하이브리드 잔디 연구 시급하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10-10 05:55


이미지 출처=팔라우 터프 홈페이지

최근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인 파주NFC 백호구장에 하이브리드 잔디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이브리드 잔디가 국내 축구장에 설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축구는 천연잔디와 인조잔디를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올해 국내 축구장 그라운드는 뜨거웠다.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은 천연잔디의 최대 적이었다. 현재 K리그 팀들의 홈 구장 천연잔디는 여름철 무더위에 취약한 상황이다. 고온다습할 경우 잔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해 그라운드 관리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여름철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K리그 경기가 열렸다. 그로 인해 선수들은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또 그런 경기장을 지켜보는 관중과 TV 시청자도 유쾌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하이브리드 잔디 및 인조잔디 그라운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라운드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프로축구연맹은 2017년부터 하이브리드 잔디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 국내 한 업체와 손잡고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수치를 갖고 기준을 만들게 된다. 김진형 프로연맹 구단지원팀장은 "볼 반발력, 충격 흡수 등에서 어떤 기준이 적합한 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올해 백서를 제작할 것이다. 그라운드 품질 향상을 위해 중장기 과제로 하이브리드 잔디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 잔디에다 인조 잔디를 함께 섞은 형태다. 천연 잔디의 뿌리가 인조 섬유와 얽히며 성장하게 된다. 지면활착이 좋고, 내구성도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EPL의 맨유 첼시 등 유럽 빅클럽들이 도입하고 있다. 영국 축구 성지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도 하이브리드 잔디가 깔려 있다. 러시아월드컵 본선도 하이브리드 잔디가 깔린 경기장에서 치러졌다. 신태용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 잔디와 큰 차이가 없었다. 구분하기 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잔디의 단점은 설치 비용이 약 6억~7억원(추정)으로 높고,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앞서 축구협회가 파주NFC에 깔기로 결정한 하이브리드 잔디는 스페인 제품이다. 9월부터 기존 잔디를 제거하는 공사를 시작했고, 10월말까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설치하고 천연잔디를 파종하여 2019년 5월 개장될 예정이다. 김대업 국가대표지원실장은 "하이브리드 시스템 도입을 통해 관련 데이터와 노하우를 축적해 K리그를 포함한 국내 축구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K리그 대회 규정상 천연잔디에서만 공식 경기를 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2012년부터 K리그 전 경기장의 그라운드 관리 현황을 평가하고 있다. 연 3회 그리고 연말 종합 시상해 '그린 스타디움'상 제도를 마련했다. 올해는 평가 방식을 좀 바꿨다. 기존 경기감독관의 평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문연구기관과 각 팀 주장들의 평가까지 더하기로 했다. 전문연구기관(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연 2회 정량적 평가 및 측정 데이터를 관리하기로 했다.

또 프로축구연맹은 올해부터 인조잔디 그라운드 공인제를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축구 그라운드 인조잔디 제품 중 프로연맹이 정한 인증기준을 통과한 업체에 'K리그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2월 연맹 경기위원회 산하 소위원회로 그라운드 공인 심의위원회를 설치했다. 지난 3월 첫 인증제품이 나왔다. 2021년부터는 연맹 인증을 받은 경기장에 한해 K리그 주니어, R리그(2군) 개최도 가능하도록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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