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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런던X러시아X자카르타 新황금세대를 향한 기대감↑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9-12 05:40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4일 오후 파주 축구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했다. 손흥민이 김문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파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9.04/

"(기)성용이형은 제게 '갓성용'이죠. 연예인 보는 기분이에요."(황인범) "같은 포지션의 (이)용이형을 정말 본받고 싶어요, 엄청 잘생기셨어요."(김문환)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리틀 태극전사들이 파주NFC 벤투호 소집 직후 대선배들을 향해 밝힌 설레는 팬심이다.

1996년생 미드필더 황인범은 어릴 때부터의 '로망' 기성용과의 룸메이트를 열망했다. 대선배와 한방을 쓰는 것이 어색하긴 해도, 한마디라도 더 축구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는 당찬 욕심을 드러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풀백의 미래로 존재감을 알린 1995년생 김문환은 '대선배' 이 용을 향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 용이 "인터뷰 잘했다며?"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됐다. 이 용은 "김문환은 공격적인 부분에서 저보다 과감하다.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배울 점이 많다"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선배들의 축구를 보며 태극마크의 꿈을 키웠던 소년들이 이들과 한 팀,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하게 되다니, 꿈만 같은 일이다.



1일 오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우승이 확정된 후 한국 손흥민이 이승우를 포옹하며 환호하고 있다.
보고르(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9.01/
20대 초반,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현장에서 보석처럼 빛났던 '홍명보의 아이들'이 이제 벤투호의 최고참이 됐다. 신태용호의 러시아월드컵까지 '캡틴' 완장을 찼던 기성용은 후배 손흥민에게 중책을 넘겼지만, 여전히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한국축구의 대세로 주목받았던 지동원 남태희 윤석영 등은 지난 6년간 해외 무대에 거침없이 도전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영광과 시련을 함께 맛봤다. 20대 초반에 첫 브라질월드컵을 경험했지만, 16강 탈락 후 극심한 비난에 시달렸다. 러시아행이 불발되며 마음고생도 했다. 선수는 시련을 통해 성장한다. 2년여 만에 다시 돌아온 대표팀, 이들에게 더욱 간절한 무대다. 후배들과의 무한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2018년, 이승우, 황희찬 등 어린 공격수들의 성장은 눈부셨다. 손흥민, 황의조 등 선배들과 신태용호의 러시아월드컵에 이어 김학범호의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함께 손발을 맞췄다. 쓰라린 실패와 짜릿한 성공을 동시에 맛봤다. 팬들의 비난과 환호를 동시에 경험했다. 러시아월드컵 16강 탈락은 뼈 아팠지만, '세계 1위' 독일전 승리는 기적이자 환희였다. 곧바로 이어진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축구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다.

벤투호는 2012년 런던 동메달 멤버, 2014년 브라질월드컵, 2018년 러시아월드컵,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까지 1986년생 이 용부터 1998년생 이승우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10대 어린 선수도, 30대 노장선수도, 해외파도, K리거도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곳이 됐다. 대표 선수 풀이 확실히 넓어졌다. 한때 맹렬한 비난의 십자포화 속에 공 잡기가 무서웠던 태극마크가 이제 다시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이 됐다.


많은 축구 팬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이후 한국축구가 가장 재미있었던 시절로 2011년, 조광래 감독이 이끌었던 카타르아시안컵 대표팀을 이야기한다. '레전드' 박지성 이영표의 마지막 무대, '쌍용' 기성용 이청용, '지구 특공대' 지동원 구자철이 펄펄 날아오르던 그때를 전설처럼 떠올린다. 한국 축구의 '황금세대'들이 신명나는 축구로 날마다 소녀 팬들의 비명을 불러모으던 행복한 시절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똑같이 경쟁하고, 똑같이 꿈을 꾸는 벤투호에 '신(新) 황금세대'의 가능성을 기대한다. 7년전 카타르에서 막내였던 이들은 큰 무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벤투호의 고참이 됐다. '토트넘 월드스타' 손흥민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거치며 날개를 달았다. 권창훈, 이재성 등 유럽파 미드필더의 존재감도 든든하다. 이승우, 황희찬 등 막내들은 그때의 막내들보다도 더 당차고 강하다. 10대에 해외 진출의 꿈을 이뤘고, 유럽리그 주전으로 활약하며, 이미 월드컵 무대도 밟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덕분에 축구의 꿈도 마음껏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어린 선수들이 베테랑 선배들과 같은 그라운드에서 대등하게 달리고 배우고 성장한다. 김문환, 황인범 등은 멘토 선배들을 보며 꿈을 키운다. 월드컵 독일전 승리,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세계무대에서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충천했다. 이기는 법도, 지는 법도 아는 이들의 눈부신 시너지를 기대한다. 사라진 줄 알았던 '구름 '소녀 팬들의 함성은 천군만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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