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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피말리는 연장 혈투를 벌인다.
전반에 활짝 웃었다가 후반에 가슴을 졸이며 마감했다.
김 감독은 이날 4-3-4 포메이션을 먼저 채택했다. 전방에 손흥민(토트넘)-황의조(감바 오사카)-나상호(광주)를 세웠다. 황의조를 중심으로 나상호와 손흥민이 좌우를 받치는 전형으로 20일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사용한 바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황인범(아산)이 섰고, 장윤호(전북)-이승모(광주)가 더블 볼란치를 맡았다. 후방에서는 김진야(인천)-김민재(전북)-황현수(서울)-김문환(부산)가 포백을 형성했고 무릎 부상으로 빠진 조현우(대구) 대신 송범근(전북)이 골문을 지켰다.
하지만 17분 문전에서 수비수들이 잠깐 우왕좌왕하는 사이 미샤리포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분위기가 축 가라앉았다. 미드필드 주도권도 빼앗기는 모습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중원의 핵심 역할을 하던 장윤호가 부상으로 인해 이진현과 교체됐다.
악재가 겹쳤지만 태극전사들의 투지는 주눅들지 않았다. 전반 30분을 넘기면서 주도권을 되찾은 한국은 34분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또 황의조였다. 황인범의 전진 패스를 받은 황의조를 아크 오른쪽으로 살짝 드리블하더니 수비수 2명 사이로 캐논슛을 날렸다. 공은 골그물 오른쪽 상단을 통괘하게 흔들었다.
황의조는 40분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해트트릭 찬스를 맞았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그래도 황의조 덕분에 한국 축구팬이 열광했던 전반전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한국은 후반 초반부터 급격하게 무너졌다. 알리바에프에게 연달아 얻어맞으며 재역전을 허용했다. 후반 8분에는 측면 크로스를 받은 알리바에프가 노마크 상황에서 골키퍼 송범근의 가랑이 사이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불의의 일격에 한국이 당황하는 사이 우즈베키스탄은 놓치지 않았다. 불과 2분 뒤 이번에는 아크 지점에서 터닝슛을 시도한 알리바에프의 킥이 황현수의 다리를 맞고 굴절되면서 송범근조차 막을 수 없었다.
이후 한국은 이승모를 불러들이는 대신 공격수 이승우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하늘은 그렇게 무심하지 않았다. 한국에게도 행운이 왔다. 상대 진영 우중간에서 수비수가 헛발질을 하자 손흥민이 재빠르게 가로채기했다. 손흥민은 선제골때와 마찬가지로 앞서 쇄도하는 황의조에게 연결했고 황의조는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해트트릭(8호골)을 완성했다. 힘겹게 균형을 다시 잡았지만 결승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고 연장으로 승부를 넘겼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