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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길었던 42일, 김판곤 현실의 높은 벽 뚫고 '벤투'라는 최선을 택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8-17 12:16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김판곤 위원장이 A대표팀 감독 선임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는 김판곤 위원장.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8.17/

길고 길었던 42일이었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49)이 두 번째 유럽 출장을 마치고 가지고 온 결과물은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전 충칭 리판 감독이었다.

김 위원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A대표팀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포르투갈 출신 벤투 감독을 2022년 카타르월드컵 사령탑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의 선임은 스포츠조선이 지난 16일 단독보도한 바 있다.

그야말로 우여곡절이었다. 지난달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소위원회를 연 김 위원장은 신 감독을 포함한 10여명의 후보군을 정한 뒤 4일 뒤 유럽으로 건너가 직접 후보군들과 접촉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전 레스터시티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 전 독일 감독 등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후보군들에게 철학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달 18일 귀국한 김 위원장은 다음날인 19일 다시 선임위원회를 열어 접촉한 후보군들에 대해 설명하고, 후보군을 추리는 토론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 세명의 후보가 결정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전 이란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전 멕시코 감독, 에르베 레나르 모로코 감독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협상팀을 꾸려 곧바로 이들과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협상은 쉽지 않았다. 레나르 감독은 모로코 잔류가 결정됐고, 오소리오 감독은 인기가 너무 많았다. 이란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케이로스 감독과는 최종 단계까지 갔지만, 협상 사실이 알려지며 판이 깨졌다.

국가대표선임위원회는 지체없이 플랜B를 가동했다. 빠르게 후보군을 추렸다. 키케 플로레스 전 에스파뇰 감독, 후안데 라모스 전 말라가 감독, 슬라벤 빌리치 전 웨스트햄 감독 등이 새롭게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김 위원장은 8일 유럽으로 떠났다. 베이스캠프는 프랑스 파리가 아닌 스페인 마드리드였다. 그리고 동시다발적 접촉을 시도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를 체크했지만 그 중에서도 진정성을 중점적으로 봤다. '왜 한국대표팀을 맡고 싶은지, 왜 한국에 오려고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첫 출장에서 세 명의 감독들에게 진정성에서 뒷통수를 맞았고, 외국인 감독은 한국에서 경질된 뒤 떠나면 그만이다. 그 피해는 A대표팀에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건 벤투 감독이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김판곤 위원장이 A대표팀 감독 선임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는 김판곤 위원장.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8.17/
김 위원장은 "처음 벤투 감독이 우리 리스트에 없었던 이유는 중국에서 감독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세 분의 감독과 협상하면서 진정성에 의문이 들었고 벤투 감독이 중국에서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접촉했다. 유로2012에서 보여준 결과물이 인상 깊었다. 물론 2014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페페의 퇴장도 있었고 여러 변수가 있었다. 좋은 커리어다. 크게 봐선 2016~2017년 그리스리그에서 68%로 우승을 확정했다. 긍정적이었다. 물론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나왔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보여준 자신감과 명확한 축구철학은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코칭스태프가 강했다. '한국에 오는 것이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한국이 아시아에서 강력한 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기대하고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단점은 있었지만 코치, 팀이 어떤가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나중에는 우리가 요구한 자료를 다 들고왔다. 계속 훈련프로그램이 발전되고 있다. 그 팀 실력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세계적 명장들을 만나면서 협상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한국이 1순위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우리 포트폴리오에 있는 이름은 팬들이 좋아할 만한 감독들이었다. 협회가 책정한 금액이 감독 선임 때보다 높았기 때문에 우리와 철학이 맞는 감독들을 찾았다. 만나기 전에 못 만난 분들도 있다. 다른 나라 오퍼 때문에 거절한 분들도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축구 팬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유력한 후보가 어렵게 연락이 됐다. 집까지 초청하는 호의를 보였는데 가족과 떨어져 4년간 한국에서 지내야 한다는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얘기했다. 우리의 기대보다는 괴리감이 있었다. 연봉에 대해서도 격차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후보는 유럽에 있는데 아시아에 가야 한다면 큰 동기부여가 있어야겠다고 했다. 그 의미는 큰 돈을 제시해줄 수 있겠니라고 한 것이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사실 월드컵 때 매력 있는 플레이를 보인 감독을 리스트에 넣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진정성은 매우 중요했다. 한국에 와야 할 이유가 돈이라면 차라리 국내 감독을 키우는게 낫다. 그런 면에서 벤투 감독은 정말 좋은 커리어에서 약간 내려앉은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성공하고 싶은 열정을 봤다. 경기 준비과정과 수준 높은 훈련프로그램을 갖춘 감독이라면 괜찮겠다 싶어 선임했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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