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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길었던 42일이었다.
그야말로 우여곡절이었다. 지난달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소위원회를 연 김 위원장은 신 감독을 포함한 10여명의 후보군을 정한 뒤 4일 뒤 유럽으로 건너가 직접 후보군들과 접촉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전 레스터시티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 전 독일 감독 등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후보군들에게 철학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달 18일 귀국한 김 위원장은 다음날인 19일 다시 선임위원회를 열어 접촉한 후보군들에 대해 설명하고, 후보군을 추리는 토론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 세명의 후보가 결정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전 이란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전 멕시코 감독, 에르베 레나르 모로코 감독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협상팀을 꾸려 곧바로 이들과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협상은 쉽지 않았다. 레나르 감독은 모로코 잔류가 결정됐고, 오소리오 감독은 인기가 너무 많았다. 이란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케이로스 감독과는 최종 단계까지 갔지만, 협상 사실이 알려지며 판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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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세계적 명장들을 만나면서 협상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한국이 1순위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우리 포트폴리오에 있는 이름은 팬들이 좋아할 만한 감독들이었다. 협회가 책정한 금액이 감독 선임 때보다 높았기 때문에 우리와 철학이 맞는 감독들을 찾았다. 만나기 전에 못 만난 분들도 있다. 다른 나라 오퍼 때문에 거절한 분들도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축구 팬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유력한 후보가 어렵게 연락이 됐다. 집까지 초청하는 호의를 보였는데 가족과 떨어져 4년간 한국에서 지내야 한다는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얘기했다. 우리의 기대보다는 괴리감이 있었다. 연봉에 대해서도 격차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후보는 유럽에 있는데 아시아에 가야 한다면 큰 동기부여가 있어야겠다고 했다. 그 의미는 큰 돈을 제시해줄 수 있겠니라고 한 것이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사실 월드컵 때 매력 있는 플레이를 보인 감독을 리스트에 넣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진정성은 매우 중요했다. 한국에 와야 할 이유가 돈이라면 차라리 국내 감독을 키우는게 낫다. 그런 면에서 벤투 감독은 정말 좋은 커리어에서 약간 내려앉은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성공하고 싶은 열정을 봤다. 경기 준비과정과 수준 높은 훈련프로그램을 갖춘 감독이라면 괜찮겠다 싶어 선임했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