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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열린 친선경기에서 희대의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같은 E조에 속해 있어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적잖은 관심을 끈 경기였다. UAE는 중국, 동티모르, 시리아와 함께 C조로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에서 한국과 만날 가능성이 높은 팀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는 말레이시아의 2대0 완승으로 끝났다. 중동의 강호로 꼽히던 UAE를 상대로 말레이시아가 만만치 않은 실력을 입증한 것은 한국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깜짝 승리보다 더 눈길을 끈 뉴스가 있다. 폭력사건이다. 외신들이 일제히 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코 앞에 두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현지 언론들의 보도와 유투브 등을 통해 나도는 해당 경기 중계 영상을 보면 폭력사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사건의 중심에는 UAE 공격수 모하메드 칼판 알하라시가 있다. 배번 8번을 달고 뛰었고 큰키는 아니지만 다부진 체격을 가졌다.
골키퍼의 롱패스에 이은 빠른 역습을 의도한 듯 알하라시가 상대 진영을 향해 대시했다. 센터서클을 지날 무렵 바짝 대인마크를 하던 아디브 자이누딘과 서로 몸이 엉켰다. 자이누딘이 알하라시의 질주를 저지하기 위해 몸으로 충돌했다. 알하라시는 즉각 반응했다. 손으로 자이누딘을 가격하고 발로 차 쓰러뜨렸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다른 말레이시아 선수들과 연달아 충돌하며 서로 치고 받았다. 이윽고 야구에서 벤치클리어링을 하듯 양팀 벤치와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들이 모두 뒤엉켜 집단 패싸움이 됐다.
이 과정에서는 알하라시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주심의 저지도 뿌리치고 날아차기와 연속 펀치를 앞세워 종횡무진 '일당백'의 파이팅(?)을 과시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난투극은 멈추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간의의자가 날아다니는 추태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 난투극은 경찰이 투입된 뒤에야 진정됐다.
하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평가전이어서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크게 분노한 상태다. 경기 운영을 매끄럽게 하지 못한 심판을 맹비난하는가 하면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향해 해당 선수는 물론 UAE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AFC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