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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의 눈]'호날두' 아닌 '팀 포르투갈'이 돋보였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6-16 16:20 | 최종수정 2018-06-16 16:20


ⓒAFPBBNews = News1

슈퍼스타의 마무리도 '팀'이 있기에 가능했다. 장점인 측면을 내려뒀다. 철저히 승리를 위해서 움직였다.

포르투갈 대표팀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페인과 3대3 무승부를 거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해트트릭으로 세간의 찬사를 받고 있다. 스페인을 상대로 환상적인 프리킥도 터뜨렸다. 하지만 선수 한 명만이 만들어낸 결과는 없다. 호날두라는 슈퍼스타가 결과에 대단한 영향을 줬지만, 이전에 '팀 포르투갈'의 과정이 있었다. 박경훈 전주대 교수와 축구학과 분석팀은 측면을 핵심으로 꼽았다.

축구학과 분석팀 데이터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월드컵 유럽예선 B조에서 평균 23회의 크로스를 시도했다. 반면 이번 스페인전에선 14회로 9회가 줄었다. 간결한 역습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포르투갈은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수비 시엔 4-4-2로 변형했다. 호날두와 발이 빠른 곤칼로 게데스(발렌시아)를 투톱에 위치시켰다. 전방압박을 내려두고 하프라인 밑에서 대기했다. 4-4-2의 3선이 움츠리고 있다가, 역습 시 투톱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했다. 또한 스페인이 지공 시 측면까지 폭넓게 커버하지 않고 중원을 최대한 좁혔다. 스페인이 볼 소유를 통해 어태킹서드로 접근하는 것을 측면으로 멀리 유도했다. 크로스가 올라온다면 신체조건 상 포르투갈의 수비라인이 유리한 것도 기대 효과 중 하나였다.

기존 포르투갈은 측면 공격이 대표적인 전술 컨셉이다. 호날두를 포워드로 배치했지만, 측면까지 자유롭고 넓은 활동 범위를 맡긴다. 유로2016 우승 당시에도 4-1-3-2 포메이션으로 투톱에 윙어인 호날두-나니를 배치하며 수시로 측면으로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여기서 상대 포백라인은 끌려 나가거나, 막을 상대가 명확치 않아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틈을 2선의 다른 선수들이 침투하여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AFPBBNews = News1
반면 스페인전에선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 하게 하려는 의도가 컸다. 스페인은 촘촘히 4-4-2로 맞서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결국 자신들의 최대 장점인 볼 소유를 통한 문전 침투가 어려웠다. 결과적으로도 첫 골은 최종 수비에서 한 번에 이어진 롱패스에 이은 디에고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개인 기량에 의한 골이었고, 두 번째 골은 세트피스, 세 번째 골은 역습에 이은 루즈볼을 중거리슈팅으로 연결했다. 포르투갈의 3실점이 적다고 할 순 없지만, 상대가 스페인이며 득점 방식이 달랐다. 의도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도 그렇다. 축구학과 분석팀 데이터에 따르면 스페인은 PTA(Prime Target Area : 페널티 에어리어 기준의 15m 구역. 축구에서 가장 골이 많이 터지는 지역)에 15차례밖에 접근하지 못 했다. 보통 30회 내외의 수치를 보임에도 이날은 포르투갈의 조직적인 수비와 위협적인 역습에 막혔다.

축구에서 때론 승리를 위해서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하는 것도 좋지만,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 하게는 하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포르투갈은 스페인과의 조별예선 최고 빅매치에서 후자를 택했다. 결국 잘 버티고 공략하며 호날두가 해트트릭으로 방점을 찍었다. 스페인을 상대로 극적인 무승부와 승점 1점이라는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남은 기간 동안 포르투갈이 어떤 전략으로, 어떤 위치까지 올라갈지 기대해 볼 법하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1차전은 전술적 아이디어를 제공한 수준 높은 경기였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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