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의 메시가 아이슬란드의 강력한 피지컬에 막히자 아르헨티나도 맥을 추지 못했다.
|
|
|
뭐니뭐니 해도 관심은 메시에게 쏠렸다. 러시아 소치의 피스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스페인의 '티키타카'에 고전하던 포르투갈을 극적으로 구해냈다. 호날두의 '원맨쇼'에 힘입어 포르투갈은 3대3으로 무승부를 거뒀다. 때문에 현존 호날두와 전세계 축구계를 이끌고 있는 메시의 플레이에 모든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메시는 세르히오 아구에로를 원톱에 두고 4-2-3-1의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아르헨티나대표팀에서의 메시의 역할은 항상 그러했듯 골잡이가 아닌 플레이 메이커였다. 메시가 중원까지 내려와 플레이를 할 경우 두 가지 효과가 생긴다. 탄탄한 빌드업의 중심축이 되면서 패스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수 있었다. 또 자신을 전담마크하는 라그나르 시구르드손과 카리 아르나손을 끌고 내려와 뒷 공간을 열어줄 수 있었다. 특히 메시는 프리킥 전담 키커로도 나섰다. 전반 4분에는 날카로운 프리킥을 문전에 배달하기도 했다.
'메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났다. 전반 19분 메시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문전에서 터닝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던 옛 장인어른 디에고 마라도나 앞에서 터뜨린 골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4분 뒤 아이슬란드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알프레드 핀보가손가 문전 혼전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볼점유율을 높이며 아이슬란드를 압박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의 수비조직력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2016년 첫 유럽선수권에 참가해 8강까지 간 저력이 드러났다. 아이슬란드는 아르헨티나에 '고공축구'로 맞서며 날카로운 역습으로 득점을 노렸다.
|
후반 초반 답답한 공격력을 보인 아르헨티나의 맥을 뚫은 건 역시 아구에로였다.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메시는 곧바로 공을 집어들고 페널티킥 지점으로 나섰다. 모두가 메시의 발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대가 아닌 아이슬란드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의 손으로 향했다. 페널티킥 실축이었다. 스페인전에서 첫 골을 페널티킥으로 터뜨린 호날두와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메시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공을 잡으면 자신의 최대치를 뿜어냈다. 그러나 다리가 길고 보디빌더와 같은 피지컬을 가진 아이슬란드 선수들에게 번번히 막혔다. 장기인 드리블 돌파가 살아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중반 앙헬 디 마리아와 루카스 비글리아 대신 예베르 바네가와 크리스티안 파본을 투입해 공격력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전반과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의 반코트 축구는 계속 이어졌다. 아이슬란드는 아르헨티나의 파상공세에 밀려 좀처럼 공격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이슬란드의 수비가 아르헨티나의 공격보다 견고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36분 좋은 득점찬스를 놓치고 말았다. 메시가 아크 서클에서 날린 회심의 왼발 슛이 골포스트를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아르헨티나는 총력을 펼쳤다. 후반 39분 메사 대신 곤살로 이과인을 투입해 골결정력을 높였다. 그러나 바라던 골은 터지지 않았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와 다리에 쥐가 나는 투혼으로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냈다. 모스크바(러시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