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사람이다. 약점이 있다. 무작정 두려워할 상대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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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 상대인 스웨덴을 경험한 문선민은 "스웨덴은 피지컬을 좋지만 둔하다. 못 이길 팀이 아니다"고 했다. 그의 말 그대로였다.
스웨덴은 페루를 맞아 예고대로 베스트11을 총출동시켰다. 4-4-2 포메이션으로 나선 스웨덴은 마커스 베리-올라 토이보넨 투톱에 좌우에는 에밀 포르스베리와 빅토르 클래손을 포진시켰다. 중앙은 세바스티안 라르손과 알빈 에크달이 섰다. 포백은 루드윅 아우거스틴손-빅토르 린델로프-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미카엘 루스틱가 이뤘다. 골문은 로빈 올센이 지켰다.
가장 큰 문제는 공격력이었다. 너무 뻔했다. 공격은 측면 일변도였다. 좌우에 포진한 포르스베리와 클래손이 돌파를 하거나 패스를 기회를 만들었다. 그 뒤의 좌우 윙백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측면 공격이 여의치 않으면 키가 큰 베리-토이보넨 투톱을 향해 롱볼을 보내고, 세컨드볼을 따내려고 했다. 롱볼이 잘되면 알고도 막을 수 없는 형태지만, 그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특히 중앙쪽에서 2대1 패스나 돌파로 공격을 만드는 장면이 많지 않아 보는 입장에서는 지루할 정도였다. 스웨덴은 또 한번 무득점에 그쳤다. 3경기 연속, 337분째 무득점이었다.
공격진의 부진에 스웨덴 여론도 좋지 않다. 스웨덴은 4경기째 무승(2무2패)이다. 루스틱은 "이제 사람들이 패닉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했고, 포르스베리도 "한국전 결과가 나쁘면 그때 비난해달라"고 읍소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차두리 코치와 함께 현장에서 스웨덴의 경기를 지켜봤다. 스웨덴전 올인을 선언한 신 감독은 일정을 뒤로 미루고 스웨덴행을 전격 결정했다. 직접 본 스웨덴, 신 감독은 아마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이 더 커졌을 것이다. 수비에서 집중력만 잃지 않고, 공격에서 빠른 돌파와 돌려치기가 나온다면 분명 기회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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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상대인 멕시코는 덴마크전에서 또 한번의 실험을 했다. 3일 홈에서 가진 스코틀랜드전(1대0 승)과 비교해 5명의 선수를 바꿨다. 전형도 바꿨다. 스코틀랜드전에서 4-3-3을 썼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이날 엑토르 에레라를 원볼란치(한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4-1-4-1 카드를 내세웠다.
멕시코는 덴마크의 강력한 압박에 고전했다. 공격을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이날 선발 라인업이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멕시코는 특유의 빠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멕시코는 스코틀랜드전에서도 맹공을 퍼부었지만, 한골에 그치며 자국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핵심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공백이 커보였고, 부분 전술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개개인의 드리블 돌파가 될 때만 공격이 전개되는 양상이었다.
더 큰 문제는 수비였다. 후반 사실상 베스트 라인업이 가동됐음에도 수비 자체는 개선되지 못했다. 특히 측면이 번번이 뚫렸다. 좌우 윙백이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가담한 뒤 여러차례 뒷공간을 내줬다. 후반 26분 유수프 풀센의 선제골도 헤수스 가야르도의 백코트가 늦어지며 나왔다. 논란 속에 대표팀에 복귀한 하파엘 마르케스는 확실히 노쇠한 모습이었다. 템포를 쫓아가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집중력까지 떨어진 멕시코는 29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멕시코의 기술은 분명 위협적이었지만, 압박 앞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예봉을 꺾고, 멕시코의 좌우를 집요하게 공략한다면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멕시코 역시 못이길 팀은 아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