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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 질책 이후 식사 때부터 진지해졌다."
오스트리아 명문 클럽 레드불 잘츠부르크 소속 황희찬(22)에게 오스트리아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그는 18세였던 2014년말 오스트리아행을 결정했다. 현 소속팀 잘츠부르크와 4년 6개월 계약했다. 황희찬은 유럽 빅리거의 꿈을 이루기 위해 6년 동안 함께 했던 포항과 과감하게 작별을 선택했다. 춘천 태생이지만 포항 유스 클럽인 포철중고를 나왔다. 그렇지만 K리그1 포항 스틸러스를 거치지 않았고 바로 유럽행을 결정했다. 빅리그 진출에 앞서 교두보 차원에서 잘츠부르크를 선택했다. 그 과정에서 '배은망덕하다'는 일부 비판의 소리도 들어야 했지만 황희찬은 4년 만에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해보였다. 황희찬은 신태용 감독의 눈에 들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했고, 2016년 9월 1일 중국전으로 A매치에도 데뷔했다. 그리고 이제 최고의 무대 첫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축구하고만 씨름했다.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아 숙소와 운동장만 쳇바퀴돌 듯 왔다갔다 했다. 잘츠부르크는 황희찬을 아시아에서 온 도련님 처럼 다루지 않았다. 계약과 동시에 곧바로 산하 2부팀 리퍼링으로 임대했다. 리퍼링에서 첫 시즌(2014~2015시즌) 13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2015~2016 두번째 시즌 18경기에서 11골을 넣자 잘츠부르크가 황희찬을 시즌 중반 1군으로 끌어올렸다.
신태용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는데 있어 황희찬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전방 압박과 폭넓은 움직임이 좋은 황희찬은 태극호 간판 스타 손흥민(26·토트넘)의 공격 파트너로 손색이 없다. 둘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매우 친한 형 동생이다. 또 같은 독일 출신 에이전트를 두고 있다.
포항이 키웠고 오스트리아에서 다시 성장한 황희찬은 현재 유럽 빅리그 구단들이 주목하는 영건 중 한명이다. 유럽 언론들은 황희찬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구단으로 도르트문트, 토트넘(잉글랜드) 등을 꼽는다. 실제로 이 구단들은 황희찬에 대한 분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축구 이적 전문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 기준으로 황희찬의 몸값(이적료)은 100억원 안팎까지 올라가 있다.
레오강(오스트리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다음은 일문일답
-손흥민과의 호흡이 중요한데.
흥민이 형과의 호흡에 대해 많이 얘기를 한다. 공격수들끼리 유기적인 호흡을 맞추려고 한다. 나는 뒷공간을 파고드는게 장점이다. 흥민이 형은 잘 풀어주기도 하고, 뒷공간도 잘 돌아들어간다. 보스니아전에서 형이 경기를 많이 풀어내려고 아랫쪽으로 내려갔다.
-보스니아전에서 어땠나.
보스니아전에서 경기 전에 많은 얘기를 했지만 잘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 앞으로 여기서 잘 준비해서 호흡이 맞도록 하겠다.
-형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나.
형들의 얘기를 잘 따르려고 한다.
-승우는 어떤 동생인가.
이승우는 귀엽고 형들에게 잘 하는 동생이다.
-오스트리아 유일의 월드컵 본선 출전 선수다.
보스니아전을 통해 월드컵이 실감났다. 120% 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가는데 만족하지 않고 좋은 결과 내고 싶다.
-보스니아전 이후 형들의 질책이 있었다.
형들 쓴소리 듣고 식사 때부터 진지해졌다. 경기에 대한 좀더 디테일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라인 조절이나 공격수들의 움직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승우와 무슨 얘기를 하나.
승우와 잘 마무리 하자고 했다. 감독님은 저와 승우에게 패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한발 더 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