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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이적설' 황희찬, 토트넘은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5-03 11:14


황희찬 마르세유전

'들소' 황희찬(잘츠부르크)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황희찬은 이제 완전히 유럽에 적응한 모습이다. 2015년 잘츠부르크에 입단한 황희찬은 올 시즌 부상에 시달리며 리그에서 4골에 그쳤지만, 유럽클럽대항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2골, 유로파리그에서 2골을 넣었다. 빅클럽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저돌적인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빅리그도 황희찬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3일(한국시각) 영국 지역지 런던이브닝스탠다드는 '손흥민의 국가대표 동료 황희찬이 북런던에 오는 것에 흥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런던을 연고로 한 토트넘행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 매체는 이어 '리버풀을 비롯해 독일, 스페인팀들도 황희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희찬의 이적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시즌 12골을 폭발시켰을 당시,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등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황희찬은 조금 더 성장하겠다며 2017년 11월 구단과 재계약을 맺었다.

이제 상황이 좀 달라졌다. 황희찬은 올 시즌 부상으로 다소 고전했지만, 출전한 경기마다 존재감을 과시했다. 잘츠부르크에서도 빠질 수 없는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유럽클럽대항전을 통해 경쟁력까지 과시했다. 오스트리아 리그 출신, 특히 잘츠부르크 출신들이 빅리그에서 성공사례를 쓰며 황희찬의 주가가 더욱 올라갔다. 리버풀의 핵심 공격수 사디오 마네를 비롯해, 리버풀행이 확정된 나비 케이타, 유망 수비수 다요 우파메카노(이상 라이프치히) 등이 잘츠부르크 출신 스타들이다.

이적료에 많은 돈을 쓸 수 없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황희찬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런던이브닝스탠다드는 '황희찬의 몸값이 1300만파운드 정도로 저렴한 금액'이라고 했다. 여기에 손흥민을 통해 아시아 마케팅으로 재미를 본만큼 황희찬은 여러모로 흥미를 끄는 카드다.

하지만 축구적으로 토트넘은 황희찬과 그리 궁합이 맞는 팀은 아니다. 일단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황희찬이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잘츠부르크의 맞춤형 전술이 기인한 바가 크다. 잘츠부르크는 다이아몬드형 4-4-2를 구사하는데 황희찬은 여기서 투톱, 그 중에서도 스몰로 뛰고 있다.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라기 보다는 좌우 측면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을 즐겨하는 황희찬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리다. 실제 황희찬은 원톱, 혹은 측면 공격수보다는 투톱의 한자리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리우올림픽에서도 그랬고, 지금 신태용호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원톱을 선호한다. 손흥민을 활용한 투톱 전술도 경우에 따라 쓰지만, 케인을 원톱으로 한 4-2-3-1, 3-4-2-1을 주 전술로 삼는다. 황희찬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자니 포체티노 감독은 두자릿수 득점을 할 수 있는 선수를 벤치로 보낼 정도로, 연계에 능한 선수를 선호한다. 황희찬은 연계 보다는 파괴적인 움직임에 장점을 갖는 선수다. 더욱이 토트넘의 측면은 루카스 모우라라는 거물급 경쟁자가 있는데다 최근에는 윌프리드 자하까지 노리고 있다. 최전방을 노리자니 빅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페르난도 요렌테조차 케인에게 철저히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토트넘은 성장기에 있는 황희찬이 출전 시간을 늘리기 어려운 곳이다. 섣부른 빅리그 진출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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