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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 황희찬(잘츠부르크)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황희찬의 이적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시즌 12골을 폭발시켰을 당시,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등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황희찬은 조금 더 성장하겠다며 2017년 11월 구단과 재계약을 맺었다.
이제 상황이 좀 달라졌다. 황희찬은 올 시즌 부상으로 다소 고전했지만, 출전한 경기마다 존재감을 과시했다. 잘츠부르크에서도 빠질 수 없는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유럽클럽대항전을 통해 경쟁력까지 과시했다. 오스트리아 리그 출신, 특히 잘츠부르크 출신들이 빅리그에서 성공사례를 쓰며 황희찬의 주가가 더욱 올라갔다. 리버풀의 핵심 공격수 사디오 마네를 비롯해, 리버풀행이 확정된 나비 케이타, 유망 수비수 다요 우파메카노(이상 라이프치히) 등이 잘츠부르크 출신 스타들이다.
하지만 축구적으로 토트넘은 황희찬과 그리 궁합이 맞는 팀은 아니다. 일단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황희찬이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잘츠부르크의 맞춤형 전술이 기인한 바가 크다. 잘츠부르크는 다이아몬드형 4-4-2를 구사하는데 황희찬은 여기서 투톱, 그 중에서도 스몰로 뛰고 있다.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라기 보다는 좌우 측면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을 즐겨하는 황희찬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리다. 실제 황희찬은 원톱, 혹은 측면 공격수보다는 투톱의 한자리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리우올림픽에서도 그랬고, 지금 신태용호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원톱을 선호한다. 손흥민을 활용한 투톱 전술도 경우에 따라 쓰지만, 케인을 원톱으로 한 4-2-3-1, 3-4-2-1을 주 전술로 삼는다. 황희찬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자니 포체티노 감독은 두자릿수 득점을 할 수 있는 선수를 벤치로 보낼 정도로, 연계에 능한 선수를 선호한다. 황희찬은 연계 보다는 파괴적인 움직임에 장점을 갖는 선수다. 더욱이 토트넘의 측면은 루카스 모우라라는 거물급 경쟁자가 있는데다 최근에는 윌프리드 자하까지 노리고 있다. 최전방을 노리자니 빅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페르난도 요렌테조차 케인에게 철저히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토트넘은 성장기에 있는 황희찬이 출전 시간을 늘리기 어려운 곳이다. 섣부른 빅리그 진출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