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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실력이다. 마지막 필리핀전에 더 좋은 경기력으로 나서겠다."
한국은 1-2차전에서 '아시아 톱랭커' 호주(FIFA랭킹 6위), '디펜딩챔피언' 일본(FIFA랭킹 11위)과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베트남전까지 3경기에서 1승2무(승점5점), 무실점, 무패를 기록했지만, '아시아 강호' 호주, 일본이 집중된 죽음의 조에서 '잔혹한' 경우의 수를 피하지 못했다. 같은 시각, 호주와 일본이 1대1로 비겼다. 후반 41분, 호주 사만사 커의 동점골이 터지자 종료 휘슬까지 일본 수비진은 6분 넘게 볼을 돌렸고, 호주는 하프라인을 넘지 않았다. 양팀이 골을 넣고 비길 경우, 한국의 4강 탈락이 확정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강호' 한국, 호주, 일본이 한꺼번에 몰린 B조는 죽음의 조였다. 중국, 태국, 필리핀, 요르단의 A조에서 중국, 태국이 손쉽게 조1-2위로 4강행을 확정한 데 비해 B조는 마지막까지 피말리는 '경우의 수' 혈투가 이어졌다.
한국, 일본, 호주가 나란히 1승2무(승점 5) 동률을 기록했다. 2개 팀 이상 승점이 같은 경우 해당팀간 승자승, 골득실, 다득점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에 따라 호주전에서 '1골'로 비긴 일본이 무득점의 한국을 '다득점'으로 제쳤다. 호주와 일본이 또다시 동률을 이룬 상황, B그룹 내 골득실 산정에 따라 호주 +8골(9득점 1실점), 일본 +4(5득점 1실점)로 호주가 조1위, 일본이 조 2위로 4강행을 확정했다. 실리적 경기운영과 맞춤형 준비로 3경기 무실점, 무패를 달린 한국이 B조 3위로 A조 3위 필리핀과 5-6위전에서 만나게 됐다.
4강 탈락 직후 윤 감독은 모든 것을 쏟아부은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무엇보다 안타까워했다. "경기 후 라커룸 분위기가 침체됐다. 월드컵 티켓을 결정짓는 최종 5-6위전이 남았다. 우리 선수들, 잘했다. 감독 입장에서봐도 매순간 최선을 다해 잘했다.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잘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우리선수들 분위기가 많이 다운됐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감독은 "결과를 잘 받아들여야 한다. 수비에서 실점이 없었던 부분은 칭찬하고 싶다. 향후 강팀과의 경쟁에서 잘했던 부분은 더욱 강화해가겠다. 득점이 부족했던 부분은 월드컵 진출 후에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4일, 선수단은 요르단 입성 후 처음으로 하루를 온전히 쉬며,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렸다. 매순간, 최선을 다한 윤덕여호 에이스들은 '경우의 수'를 말하지 않았다. '캡틴' 조소현은 "매경기 어려운 경기였고, 매경기 최선을 다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아쉽지만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지소연 역시 "많이 아쉽지만, 이것도 우리의 실력이다. 실수를 줄여야 한다. 프랑스월드컵 때는 한치 후회없이 뛰고 싶다"고 말했다. 환상적인 멀티골로 베트남전 최우수선수(player of the match)에 선정된 이민아 역시 '남탓'하지 않았다. 4대0 대승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우리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며 부족한 부분을 냉정하게 짚었다."필리핀전은 프랑스월드컵에 가기 위해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중요한 경기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력으로 경기에 나서겠다. 필리핀을 이기고 월드컵에 꼭 진출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B조 3위 한국은 17일 오전 2시(한국시각) 암만 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리는 5-6위전에서 A조 3위 필리핀과 맞붙는다. 마지막 승부에서 '유종의 미'를 다짐하고 있다. 요르단아시안컵 참가 8개국 중 5위 내에 들면 프랑스월드컵 티켓을 확보한다. 필리핀에 승리하면 사상 첫 2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짓는다.
암만(요르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