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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인터뷰]장슬기X이금민X이소담 'U-17황금세대 삼총사'의 폭풍성장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4-12 16:24 | 최종수정 2018-04-12 20:03


이소담 장슬기 이금민

지난 10일(한국시각),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 조별예선 2차전 한일전 0대0 무승부 직후 현장에선 '12번' 장슬기, '17번' 이금민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전반 내내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압도한 대한민국 '영건'들의 움직임은 희망이었다. 강팀을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측면을 거침없이 뚫어내고, 전방을 향해 크로스를 올리고, 문전으로 쇄도하고… 시종일관 저돌적인 몸놀림을 선보였다. 비록 승패는 가리지 못했지만, 최근 한일전 중 가장 뛰어난 플레이로 상대를 압도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축구의 '황금세대'다.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을 시작으로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 2014년 FIFA 20세 이하 월드컵 8강을 이끌었다. 한일전 이튿날인 11일, '1994년생 삼총사' 공격수 이금민(24·경주한수원), 미드필더 이소담(24), 수비수 장슬기(24·이상 현대제철)를 만났다.


한채린 장슬기 이금민



장슬기 이금민

이소담 장슬기 이금민 최유리 김혜영
'U-17 월드컵 우승' 황금세대 삼총사의 폭풍성장

이들은 2013년 3월 키프로스컵 남아공전에서 한날한시에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금민의 데뷔전 데뷔골, 2대0 승리를 거뒀던 첫날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윤덕여 감독은 2015년 캐나다월드컵 직후 동아시안컵 부터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부여했다. 프랑스월드컵, 사상 첫 2회 연속 월드컵행을 준비하는 요르단에서 이들은 윤덕여호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요르단아시안컵에서 장슬기와 이금민은 호주-일본전에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이소담은 후반 교체 멤버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마지막 조별예선 베트남전을 앞두고 공격수 이금민은 35경기 11골, 미드필더 이소담은 45경기 4골, 수비수 장슬기는 40경기8골을 기록중이다. 지소연, 조소현 등 '센추리클럽' 언니들과 조화를 이룬 '1994년생 삼총사'는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미래다. 지지 않는 정신, 밀리지 않는 실력, 포기를 모르는 투혼과 긍정 마인드로 무장했다. 공격수 최유리(24·구미스포츠토토), 수비수 김혜영(23·경주한수원)까지 '1994년 동기'들은 윤덕여호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자이저'다. 일본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구동성 "무승부가 너무 아쉽다. 전반에 몰아칠 때 골을 넣었어야 했는데… 좀만 더 집중했으면 이길 수 있었는데…"라며 연신 아쉬움을 표했다.


이소담 장슬기 이금민
이금민은 강한 피지컬과 스피드, 저돌적인 돌파력을 가진 공격수다. 댄스 실력에 4차원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대표팀 '분위기 메이커'다. 장슬기는 AFC 19세 이하 월드컵 득점왕(9골) 출신이다. 19세 이하 월드컵 북한전(2대1승)에서도 골맛을 본 '북한 킬러'는 지난해 평양 아시안컵 예선 북한전(1대1무)에서 '기적' 동점골로 요르단행을 이끌었다. 최전방, 좌우 윙어, 풀백을 두루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다. 이소담은 1m57의 대표팀 최단신이지만 그라운드에서 누구보다 많이 뛰고, 오래 뛰는 선수다. 강인한 체력, 헌신적인 플레이, 파워풀한 슈팅 능력을 가졌다. 위기 때마다 윤 감독이 믿고 쓰는 선수다.

1994년생 에이스들에게 '성장'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금민은 "어릴 때 멋모르고 좋아서 했던 축구가 쉬웠다. 지금은 오히려 더 어렵다. 더 많이 알게 됐고, 성장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나라 선수들과 비교해 제자리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장슬기는 "어렸을 때보다 지금의 내가 낫다. 발전하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배우고, 소속팀 현대제철 최인철 감독님이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셔서 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올시즌 현대제철 유니폼을 입은 이소담은 "어릴 때는 멋모르고 신나서 했다면 지금은 생각해야 한다. 소속팀을 옮기면서 17세 이하 대표팀 이후 가장 큰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윤덕여호의 중심, 여자축구의 미래

4년전 캐나다월드컵을 '막내'로 즐겼다. 두번째 월드컵을 준비하는 길에선 팀의 '중고참'이다. 이소담은 "우리를 여자축구의 황금세대라고 한다. 고참, 중고참, 막내 모두 중요하다. 이끌어주는 언니들이 없어도 안되지만, 언니들을 받쳐주는 우리가 없어도 안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이금민은 "어렸을 때보다 그라운드 '지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 지분을 더 늘려야 한다. 계속 더 성장해야 한다"며 눈을 빛냈다. 장슬기도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들을 마냥 의지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운동장에서 언니들도 내게 의지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이금민, 장슬기, 이소담 순으로 '칭찬 릴레이'를 이어갔다. 이금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슬기는 정말 어렸을 때부터 한결같다. 투지, 침착함, 여유, 변함이 없다. 늘 기복이 없다. 머리 기른 것 빼고, 축구적으로 성장한 것 빼고 성격도 똑같다. 본받아야 할 선수다." 장슬기의 시선이 이소담을 향했다. "소담이는 공격을 편하게 해주는 미드필더다. 헌신하는 선수다. 누구보다 많이 뛰고 어시스트도 잘하고, 미드필더로서 장점을 많이 가졌다." 이소담이 '절친' 이금민을 바라봤다. "금민이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선수가 아니다. 매경기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보는 이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이금민의 발전은 무궁무진할 것같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4강행을 결정지을 13일, 운명의 베트남전, '경우의 수' 이야기가 나왔다. 장슬기가 "호주-일본전, 한국-베트남전이 동시에 열린다"고 하자 이금민이 "아 그래? 우리가 먼저 하는 게 아니야?"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베트남전만 신경쓰느라 상대팀 스케줄은 잊고 있었다. 장슬기가 말했다. "괜찮아. 몰라도 돼, 우리 것만 잘하면 돼." 이소담이 화답했다. "맞아, 우리 것만 하면 돼. 무조건 5골 이상! 우리에겐 지소연이 있잖아."

베트남전은 다득점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기다. 이소담은 "(지)소연 언니는 스스로 '결정'도 하지만 연결력이 정말 뛰어나다. 측면의 금민이는 공격의 중심이다.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찬스가 항상 그쪽에서 나온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베트남보다 우리가 위에 있다. 우리 플레이만 한다면 우리도 호주(8대0승)만큼 넣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장슬기는 "호주, 일본전에서 2무, 최소 승점을 확보했다. 분명 호주, 일본보다는 나은 위치에 있다. 우리가 급할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항상 그랬듯이 최선을 다하고 공격적으로, 공격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해결사' 이금민은 다득점 각오를 천명했다. 이금민은 2016년 동아시아컵 2차 예선 홍콩전(14대0승), 지난해 4월 평양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 인도전(10대0승)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2016년 11월 베트남과의 리우올림픽 예선전(4대0승)에서도 골맛을 봤다. "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공격수들이 한골씩만 넣어도 9골이다. 상대를 안쓰럽게 본다든가 마음이 약해져선 절대로 안된다. 사정없이 골을 넣고 싶다."

수다 같기도, 다짐 같기도 했던 인터뷰가 끝나자 '삼총사'는 선수 모드에서 절친 모드로 빠르게 전환했다. 17세 이하 대표팀부터 1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온 축구소녀들이 호텔 로비의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았다. 젓가락행진곡을 똑딱똑딱 쳐내며, 연신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더니, 어느새 어깨동무를 하고 총총 사라졌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거침없이 씩씩하고 당당하고 유쾌한 이들은 윤덕여호의 중심이자,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미래다.
암만(요르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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