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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 성공' 수원-울산 '위기대처법 공통점 있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4-12 16:43 | 최종수정 2018-04-12 20:03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고 하는데."(울산 현대)

"감독이 김건희를 알아서 쓰실 것."(수원 삼성)

비슷한 전통을 자랑하는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은 최근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시즌 초반에 우여곡절을 겪는 징크스는 작년과 똑같았다. 최근의 반등 스토리도 비슷하다.

울산은 리그 4연패의 큰 위기를 딛고 ACL 16강 조기 확정과 리그 2연승으로 확 달라졌다. 수원은 ACL 조별리그 시드니FC전(1대4 패)에 이어 FC서울과의 슈퍼매치(0대0 무)에서도 실망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상위권을 질주하며 돌풍을 보이던 강원을 3대2로 짜릿하게 꺾으며 더이상 위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들 두 '명문'의 위기 대처법 이면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구단 프런트가 보여준 '신뢰의 소통'이었다. 그라운드에서의 승패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몫. 구단 프런트는 뒤에서 묵묵히 지원할 뿐이다.

팀이 성적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구단과 선수단 관계가 마냥 화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울산과 수원의 올시즌은 적어도 작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지난달 말 울산이 4연패에 빠졌을 때 구단 사무국은 김도훈 감독과 선수단에 아무런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우리보다 더 힘든 이가 감독과 선수들일 것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니 믿고 기다려보자"는 내부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단다.


구단 사무국장은 오히려 김 감독에게 "올해 우리 목표가 8패 아닙니까. 작년에는 스플릿라운드 막판에 4패를 했는데 올해는 미리 당겨 썼다고 생각하시죠. 매도 일찍 맞는 게 나을 수 있으니까요"라고 위로했단다. 김 감독 역시 저하된 경기력을 보인 선수들에게 4연패 티를 전혀 내지 않고 일부러 웃는 얼굴로 평상심을 유지했다. 표정으로 선수들의 기를 죽이면 더 위축될 게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울산 선수들은 합숙을 자청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울산의 한 호텔을 예약해 자기들끼리 미팅을 갖고 대책회의를 하더니 이튿날(4일) 치른 멜버른 빅토리와의 ACL 조별리그 5차전에서 6대2 대승과 함께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수원도 비슷한 과정을 보였다. 슈퍼매치가 끝난 뒤 수원 프런트는 "팬들께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면서 "강행군 경기 일정에 부상자가 많은 악조건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해야 하는 서정원 감독의 고충도 이해해 달라"며 "김건희가 다음 경기에서는 서 감독이 요긴하게 쓸 것 같으니 지켜보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거듭된 부상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김건희는 11일 강원전에 올시즌 처음 출전해 시즌 데뷔골과 함께 자책골을 유도하며 일등공신이 됐다. 여기에 베테랑 염기훈은 '연이은 출전에 체력적으로 힘드니 출전시간과 투입 타이밍을 조절하면 특유의 파괴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구단 프런트의 예상대로 후반 교체 투입돼 전매특허 프리킥으로 '극장승'을 이끌었다.

구단 프런트가 '점쟁이'라서가 아니다. 서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강원전에서 골키퍼 신화용 대신 노동건을 비롯해 김건희 조지훈 박형진 임상협, 바그닝요, 크리스토밤을 선발로 내세우는 모험적인 라인업을 시도해 성공했다. 로테이션 가동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수원 구단은 서 감독의 이같은 선수단 운영에 대해 눈앞의 승리를 담보받지 못하는 불안감 대신 서 감독의 선택을 지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수원 관계자는 "구단과 선수단이 가끔 의견 교환을 한다. 이럴 때 구단이 보여줄 자세는 선수단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고 말했다.

'힘들 때 우리끼리라도 믿고 의지해야 버틸 수 있다'는 교훈을 알려준 울산과 수원의 위기탈출 비하인드 스토리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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