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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 울산-제주전 '절실함-불운-찜찜함이 뒤섞였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3-19 05:25





'찜찜한 한판승부.'

울산과 제주의 K리그1 3라운드가 열린 18일 울산월드컵경기장은 따스한 봄날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즌 첫승 나란히 절실했던 두 팀의 대결. 누가 이기더라도 정정당당한 한판승부가 펼쳐지길 바랐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승리한 제주는 제대로 웃지 못했고 울산은 초상집이 됐다.

제주는 이날 후반 47분에 터진 류승우의 '극장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1무1패 끝에 거둔 시즌 첫승이다. 반면 울산은 3연패에 빠졌다.

결과를 좌우한 것은 제주의 절실함이었지만 경기 외적인 변수도 적지 않았다. 제주에는 행운, 울산에는 대재앙이었다.

극장골이 나오기까지…

동변상련의 만남이었다. 1970년생 김도훈(울산)-조성환(제주) 감독은 현재 K리그1판에 둘만 남은 '절친'이다. 올시즌 개막 이전까지만 해도 상위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시작부터 꼬여왔다. 나란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했지만 부진했고, 리그에서도 걸음은 더뎠다. 똑같은 처지에 놓인 두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반드시 첫승을 챙겨 분위기 반전으로 A매치 휴식기를 맞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병상련의 절실함이 너무 간절했던걸까. 경기 초반부터 서로 라인을 끌어올리며 부딪혔지만 소득은 없었다. 충돌했지만 좀처럼 폭발하지 못한 전반을 끝낸 뒤 '교체 전쟁'이 벌어졌다. 절친 감독이 비슷한 페이스로 '수싸움'을 시작한 것. 제주가 먼저 권순형 대신 류승우를 투입하자 울산은 황일수→김인성으로 맞불을 놨다. 이어 김승준(울산), 김도엽(제주)을 연이어 투입하며 서로 공격력 강화에 나섰다. 두 감독이 마지막에 선택한 교체카드 역시 도요다(울산)와 이찬동(제주)으로 무득점 탈출에 방점을 뒀다. 효과는 제주에 먼저 나타났다. 류승우가 중앙-측면을 오가며 공간 침투 횟수를 늘렸고 공격라인 기동력도 빨라졌다. 김도엽은 후반 36분 골대를 맞히는 헤딩슛으로 울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제주의 공격 시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울산도 김인성을 활용한 측면 공략을 강화하는 등 맞불을 놓았지만 적극성을 앞세운 제주가 주도적이었다. 결국 줄기차게 울산 문전을 두드리던 교체 멤버 류승우가 대미를 장식했다. 인저리타임 2분이 흘렀을 때 페널티박스에서 마그노의 패스를 받은 뒤 원터치로 상대 수비 사이 공간을 만든 뒤 절묘한 터닝슛으로 마무리했다. 숫자가 적은, 시간도 없는 울산은 망연자실했다.

패배보다 쓰라린 울산의 불운


울산은 극장골에 앞서 대재앙같은 불운을 맞았다. 후반 39분 김승준에 이어 41분 리차드가 퇴장당했다. 9명이 버티다가 결승골을 얻어맞은 것이다. 김승준의 퇴장은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심판진을 향해 강하게 항의했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퇴장"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김인성의 측면을 활용해 반격의 고삐를 죄기 시작하던 타이밍에 김승준의 퇴장이 나와 더 아쉬웠다. 영상을 다시 확인한 울산 관계자에 따르면 김승준은 박진포의 슬라이딩 태클에 걸리는 과정에서 두 발이 엉킨 뒤 발을 빼내 딛는 동작을 취했을 뿐 고의로 상대를 밟으려는 의도는 없었다. 굳이 즉시 퇴장까지 줄 필요가 있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VAR(비디오판독시스템)을 통해 내려진 판정이라 벤치에서 보지 못한 장면이 포착됐을지 모르지만 중계 영상만으로는 울산의 억울한 입장을 아주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수적 열세에서 위기를 맞아 리차드마저 무리하게 수비하다가 퇴장을 당했다. 1분 사이 2명 퇴장은 극히 드문 일이다. 하필 수비수 김창수가 복귀한 날이었다. 김창수가 징계를 받은 경기 상대가 바로 제주였다. 김창수는 지난해 10월 22일 리그 3경기를 남겨두고 제주전을 치르던 중 정 운을 밟았다는 이유로 4경기 출전정지를 받은 바 있다. 그가 올시즌 리그 복귀전을 치르던 날 김승준이 같은 이유로 퇴장을 당했다. 결국 울산과 제주는 묘한 '악연'까지 이어가게 됐다.

한편, 수원과 포항은 승점을 나눠가졌다. 수원과 포항은 같은 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 후반 11분 김광석의 헤딩골로 포항이 앞서나가자, 수원은 후반 42분 바그닝요의 골로 응수했다. 포항은 3경기 무패행진을 이어나갔고, 수원은 극적인 동점골로 귀중한 승점 1점을 더했다.


울산=최만식 ,수원=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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