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을 걷은 K리그1의 구도, 초반 예상은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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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힘은 가공할 만했다.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던 울산과의 '현대가 더비'를 압도했다. 2대0의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압승이었다. 아드리아노 이동국 김신욱이 나선 공격 뿐만 아니라 홍정호가 가세한 수비라인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면서 더 이상 틈을 찾을 수 없었다. 90분 내내 공격을 전개하면서 상대가 숨쉴 틈도 주지 않는 경기력은 '절대 1강'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유를 설명하기 충분했다. 앞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2경기서 5골을 터뜨렸던 울산의 창은 전북 앞에서 무디기만 할 뿐이었다. 전북이 울산전 만큼의 경기력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초반 질주'를 통해 리그 대권을 거머쥘 발판을 마련한다는 최강희 감독의 '큰 그림'은 충분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대반 우려반 출발했던 포항은 대구전 승리로 한것 고무된 모습이다. 첫 경기부터 공격력이 폭발했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내용보다는 3대0이라는 결과물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었다. 그는 "감독 생활하면서 기분 좋은 날도 참 없는데, 오늘은 정말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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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의 '핫이슈', 단연 경남이었다. 상주전에서 3대1로 승리하며 4년 만에 복귀한 최상위 리그에서 곧바로 승리를 신고했다. 하지만 승리 만으로 주목받은 건 아니다. 올 시즌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꼽혔던 말컹이 모든 시선을 집중시켰다.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을 썼다. 1m96의 키가 무색한 순간 움직임과 탄력, 위치선정, 반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으로 군더더기 없이 3개의 필드골을 꽂아넣었다. 경고누적 퇴장이 옥에 티였지만 팬들은 오랜만에 등장한 '대물'에 환영일색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트트릭에 이은 퇴장을 두고 '조기퇴근'이라고 농담섞인 환호를 보낼 정도였다.
경남과 말컹이 아니었다면 1라운드의 주인공 타이틀은 전남에게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난적 수원을 상대로 원정에서 2대1로 승리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2012년 대전 이후 6년 만에 전남을 통해 K리그로 복귀한 유상철 감독의 환희였다. 겨우내 특별한 보강 없이 시즌에 돌입해 우려가 한가득이었지만 수원과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승리를 거머쥐는 저력을 발휘했다. 대전 시절 13경기 연속 무승(6무7패) 속에 팀을 떠났다가 6년 만에 승리를 얻은 유 감독은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잘 이뤄졌다"며 감격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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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의 출발, 무난했다
FC서울의 시즌 첫 경기는 당초 받았던 우려와 비난보다 훨씬 나은 모습이었다. 지난 시즌 약점이었던 수비 불안은 상당부분 해소됐고 중원의 기동력은 이전에 비해 더 나아진 모습이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베테랑 이웅희가 황현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좌우 측면에 배치된 심상민 신광훈의 활약상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중원에서 포진한 김성준 신진호 정현철은 황선홍 감독이 추구하는 '적극적인 속도'에 걸맞는 폭넓은 활동량을 선보이면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공격라인에서의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선발 뿐만 아니라 교체로 투입된 카드 모두 기대 만큼이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데얀을 정리하면서 변화 의지를 드러낸 서울과 황 감독에게 공격진 재구성과 그로 인한 효과가 전반기에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황 감독은 "오랜만에 실전을 하다보니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첫 경기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