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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현장스케치]'3부리그 꼴찌' 로치데일, 토트넘 잡던 날의 풍경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8-02-19 09:03


ⓒAFPBBNews = News1

[크라운오일아레나(영국 로치데일)=이준혁 통신원]큰 함성은 계속 됐다. 박수도 함께였다. 경기는 이미 끝난 뒤였다. 그럼에도 관중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박수와 함성 그리고 노래 소리가 계속 울려퍼졌다. 영국 소도시 로치데일은 축제 그 자체였다.

18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로치데일에 위치한 크라운 오일 아레나. 3부리그 소속 그것도 꼴찌로 강등권인 로치데일 AFC가 토트넘과 마주했다. FA컵 16강에서 격돌했다. 로치데일 입장에서 토트넘은 강팀 중 강팀이었다.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호령하는 스타들로 구성된 막강팀이었다. 그런 팀을 상대로 그것도 16강에서 맞붙었다. 로치데일로서는 '꿈만 같은 경기'임에 틀림없었다.

여기에 지역적인 한도 겹쳤다. 로치데일은 인구가 10만명 정도밖에 안되는 맨체스터 북쪽의 소도시다.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당시에는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쇠락의 길을 거듭했다. 현재는 전체 인구의 4분의 3이상이 정부지원금을 받고있다. 잉글랜드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가운데 하나다. 이런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토트넘은 '잉글랜드 아니 영국의 중심이라며 콧대를 드높게 세운, 동시에 교만에 쩔어있는, 여기에 최근 들어 잘나간다고 목에 힘을 잔뜩 준 런던의 팀'이었다.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 이들 자신들의 선수들이 토트넘의 콧대를 한 대 쥐어박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어려웠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경기 시작 시간 오후 4시보다 3시간이나 빠른 오후 1시에도 경기장 주변은 북적거렸다. 선수들도 남달랐다.


ⓒAFPBBNews = News1
3부리그 선수들은 강팀을 상대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수비는 거칠고 강했다. 공격은 직선적이고 빨랐다. 토트넘 진영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거친 전방압박으로 토트넘의 빌드업을 괴롭혔다. 마침내 전반 45분 영리한 전방압박으로 토트넘 진영에서 윙크스의 볼을 빼앗았고, 빠른 역습을 펼쳤다. 스트라이커 이안 헨더슨이 득점했다. 득점한 순간 로치데일의 팬들은 고함을 지르며 환호했고, 전반을 앞선채 마쳤다.

하프타임 로치데일 관중들 모두 의기양양했다. 그대로 나머지 45분도 지나가길 바랐다. 후반이 시작되자 팬들의 응원소리를 더욱 높아졌다. 그와 동시에 토트넘 선수들을 향한 욕설 역시 크게 울려퍼졌다. 후반 14분과 42분에 각각 동점골과 역전골을 허용했다. 로치데일 관중들의 목소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심판과 토트넘 선수들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로치데일 선수들을 응원했다. 손흥민, 윙크스등 토트넘 선수들도 로치데일 분위기와 관중들에 기가 죽은 듯 실수를 연발했다. 특히 델레 알리가 공을 잡기만 하면, 관중 전체가 야유를 퍼부었다.

욕설과 응원에 로치데일 선수들도 힘을 냈다. 후반 48분 스티브 데이비스가 동점골을 뽑아냈다. 순식간에 로치데일은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로치데일 관중들은 자리를 떠나지않았다. 마지막 선수가 인터뷰가 끝나고 들어갈 때까지 박수를 보냈다. 강팀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둔 선수들에게 환호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로치데일 관중들은 집으로 향하는 선수들을 기다리고 응원했다. 팬들의 표현이 굉장히 거칠고 공격적이었지만, 로치데일 팬들의 팀 사랑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나자 팬들은 인근 펍을 향했다. 맥주와 함께 힘차게 소리높였다.


"우리는 이제 웸블리로 간다!"

로치데일은 28일 오후 8시 웸블리로 FA컵 재경기를 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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