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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2017①]찬란했던 2017년, 월드클래스 도약의 첫 걸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12-27 18:17


ⓒAFPBBNews = News1

2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토트넘과 사우스햄턴의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후반 6분, 토트넘의 역습 상황에서 델레 알리가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자 '7번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폭풍 같은 스피드로 빈공간을 파고 들었다. 알리가 지체없이 찔러주자 전매특허 같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사우스햄턴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어퍼컷 세리머니. 이 득점 이전 이미 두개의 도움까지 기록한 손흥민의 2017년 마지막 경기는 환희, 그 자체였다.

'손샤인' 손흥민의 역사적인 2017년이 막을 내렸다. 2005년 박지성(은퇴)이 입성한 이래, 많은 한국 선수들이 EPL에 도전했다. 코리안 프리미어리거의 무기는 '헌신'이었다. 폭발적인 돌파로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를 누볐던 박지성도 맨유 이적 후에는 공격 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수비형 윙어'라는 신종 포지션의 탄생 배경이다.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는 부족한 개인기량을 팀플레이로 커버하며 존재감을 유지했다.

손흥민은 이 패러다임을 깼다. 온전히 개인기량으로 승부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영국 언론 역시 손흥민의 플레이에 엄지를 치켜올렸다. 영국 국영방송 BBC는 손흥민을 '올해의 EPL팀 베스트11'으로 뽑았고, 유럽 5대 빅리그를 망라한 '2017년 세계 축구선수 톱100'를 발표한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곤살로 이과인(유벤투스), 필리페 쿠티뉴(리버풀), 폴 포그바(맨유) 등을 제치고 손흥민을 26위로 올렸다.

손흥민의 활약은 '우리도 월드클래스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기록이 입증한다. 손흥민은 투톱에서 뛰기도 했지만, 그의 포지션은 윙포워드다. 측면에서 가운데로 이동하며 득점을 노리는, 이른바 '가짜 7번'이 손흥민의 롤이다. 40골 이상을 기록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같은 돌연변이도 있지만, 한 해 15~20골을 넣는 윙포워드는 톱클래스로 평가할 수 있다. 손흥민은 2017년 무려 23골을 폭발시켰다.


ⓒAFPBBNews = News1
다른 특급 윙포워드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2017년 최고의 윙포워드로 꼽을 수 있는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로렌조 인시네(나폴리), 에당 아자르(첼시)가 한해 동안 각각 31, 25, 16골을 넣었다. 라힘 스털링(맨시티)은 20골,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은 13골을 기록했다. 출전시간이 들쑥날쑥한 상황에서 기록한 23골인만큼, 결정력은 비교 우위에 있다. 손흥민의 득점력은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특유의 양발능력은 여전하다. 2017년 오른발로 13골, 왼발로 9골을 넣었다. 이제 머리도 쓴다. 14일 브라이턴전에서는 처음으로 헤딩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손흥민은 더이상 속도를 붙여야만 위협을 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도 영리하게 주변을 이용한다. 잉글랜드 데뷔 첫해 패스 성공률 79.6%에 그쳤던 손흥민은 지난 시즌 81.2%, 올 시즌에는 86.2%에 달한다. 투박했던 볼처리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15~2016시즌 한 경기 평균 4.3개의 볼을 뺏겼던 손흥민은 지난 시즌 2.7개로 줄더니, 올 시즌에는 2개로 확 줄었다. 최전방과 측면, 중앙을 오가면서도 전술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볼이 없는 상황에서 빈공간을 찾는 시야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약팀을 상대하든, 강팀을 상대하든 언제나 날카로운 손흥민이다. 여기에 수비 가담 능력과 위치선정까지 갖췄다.

손흥민은 올해 한국과 아시아축구 역사를 새로썼다. 2016~2017시즌 21골을 넣으며 '전설'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보유한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19골)을 갈아치웠다. 지난 달에는 박지성이 갖고 있던 EPL 한국인 최다골 기록(19골)까지 경신했다. 아시아 역대 EPL 최다골 기록도 손흥민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성기를 향해 나아가는 손흥민은 더 많은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매경기 나아지는 그의 모습에서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찬란했던 손흥민의 2017년, 월드클래스 도약의 원년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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