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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J리그는 축구신흥국의 롤모델로 불린다. 철저한 시스템에 기반한 운영으로 유럽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는 리그다.
'투명 경영'은 K리그의 숙제이기도 하다. 권오갑 총재 취임 후인 지난 2013년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구단 경영 효율화'와 '재정건전성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K리그가 산업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
K리그 투명성 강화의 필요성은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다. 1983년 리그 출범 이래 각 구단의 목표는 오로지 '성적'이었다. 하지만 '돈줄'인 모기업이 경기한파 속에 긴축경영에 들어가면서 구단들에게도 자생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든든한 지원 속에 내실은 뒤로한 채 선수 영입 등 경기력 강화에만 몰두하는 문화가 결국 존폐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된 것이었다. 1999년 부산 대우(현 부산 아이파크), 2002년 대전 시티즌, 2013년 성남 일화(현 성남FC)가 모기업 재정위기로 해체 직전까지 갔다가 간판을 바꿔 달거나 기사회생한 것이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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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부 구단들은 제도 도입에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자료 제공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개혁의 필요성과 그로 인해 나타날 효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인식은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프로연맹 스스로의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서비스 산업의 출발점인 '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교육사업을 전개하는 동시에 제반 규정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손질하면서 합리적 경영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구단별 업무지원 메뉴얼, 각종 통계정보 제공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비욘드11(Beyond 11)'로 불리는 K리그 중장기 발전 로드맵에 맞춘 발걸음으로 신뢰도 역시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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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일본 J2(2부리그) 소속인 V-바렌 나가사키는 전임 사장의 관중수 부풀리기가 드러나면서 300만엔(약 2892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나가사키는 징계를 겸허히 수행하면서 팀 재건에 박차를 가해 결국 창단 14년 만에 처음으로 J1(1부리그) 승격의 감격을 맛봤다. 투명한 경영에 대한 노력과 책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문화를 구축하고자 하는 K리그와 프로연맹의 지향점과 일치하는 사례다. 팬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풍토가 결국 K리그, 나아가 한국 축구가 사는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한때 유럽 무대에선 부호들의 '머니파워'가 맹위를 떨친 바 있다. 그 시절 '돈으로 클래스를 살 수 없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고, 실제 막대한 투자를 한 팀들이 역사와 전통을 지닌 명가들의 벽을 넘지 못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건전한 수입과 지출 만이 팬들이 인정하는 역사와 문화로 남을 수 있다. 유럽에서 강도 높게 시행 중인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도 이런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한국형 FFP'는 K리그에 지긋지긋하게 따라붙는 '위기'라는 단어를 종식시킬 유일한 해법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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