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의 겨울나기, 아픈(?) 기억이 있다.
올 초였다. 한 달 계획으로 떠난 스페인 전지훈련 일정이 채 2주 만에 끝났다. 전북 현대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징계로 반납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넘겨 받았다. 2월 초로 예정된 플레이오프(이하 PO) 일정을 치르기 위해 부랴부랴 귀국했다. 킷치SC(홍콩)를 잡고 본선에 올랐지만 가시밭길의 시작이었다. '체력 담금질 뒤 실전 훈련을 통한 경기력 끌어 올리기'라는 겨울 공식이 깨지면서 시즌 초반 가시밭길을 걸었다. ACL 조별리그 탈락 뿐만 아니라 클래식에서도 초반 걸음이 주춤했다.
19일 클래식 최종전을 치르기 전까지도 울산은 초조했다. 클래식 순위와 FA컵 결승전이 맞물리며 상황이 복잡해졌다. 클래식 3위 팀에겐 ACL PO 출전권이 주어진다. AFC가 공지한 2018년 ACL PO는 내년 1월 31일. 대부분의 팀들이 이제 막 체력훈련을 마쳤거나 막바지에 접어드는 시점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으로 인해 5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두 달간 모든 리그가 멈추는 상황 탓에 ACL 일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ACL 조별리그는 2월 13일부터 시작된다. 내달 3일 FA컵 2차전을 마치고 휴식에 돌입하는 울산이 ACL PO에 진출할 시 실질적인 준비 기간은 한달 남짓이 되는 셈이다. FA컵 우승시 본선에 직행할 수는 있지만 동계 훈련 밑그림조차 그릴 수 없는 상황이 아무래도 답답할 수밖에 없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실무팀에 PO 진출시와 본선 진출시, ACL을 치르지 않을 시 일정을 모두 (결제라인에) 올리라고 지시를 했다"며 "올 초에 '비상사태'를 한번 겪어서인지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포르투갈에서 겨울을 날 계획이었는데, (ACL 출전 여부가) 정확하게 가려지지 않으면서 준비가 쉽지 않다"며 "올 초 갑작스럽게 일정이 바뀌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내년엔 철저하게 준비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경우의 수'가 하나 줄었다. 울산은 강원을 잡았으나 수원 삼성에 밀려 클래식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제 '부산과의 FA컵 결승전에서 승리해 ACL 본선에 직행하는 것'과 'ACL 없이 클래식 개막에 맞춘 시즌 스타트'라는 두 가지 상황 만이 남았다. 3월 초였던 클래식 개막 일정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지만 ACL 일정이 포함될 경우 경기력 자체를 일찍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명확한 그림을 그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울산은 부산을 잡고 'FA컵 우승의 한'을 풀고 '2년 연속 ACL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각오다. 1998년 준우승이 전부인 FA컵에서의 새 역사 창조에 올인했다. 오히려 FA컵에서 우승해야 ACL에 나설 수 있게 된 상황이 동기부여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감독은 "ACL에 대한 부담감보다 강원전 승리로 얻은 자신감으로 (FA컵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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