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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내 경험을 살려 일하고 싶었다."
'왜 하필 이렇게 힘든 시기에 중책을 맡았을까'라는 우문에 그를 아는 축구인들의 대답은 이구동성이었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8강,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까지 '꽃길'만 걸었다. 국가대표 캡틴으로, 사령탑으로 승승장구해온 그에게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쓰라린 첫 시련이었다. 단 한번의 실패는 주홍글씨로 각인됐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도 여론의 십자포화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3년간 '홍명보'는 축구인들에게 아픈 이름이었다. 한국축구가 키워낸 소중한 자산인 홍 감독을 영영 잃을까 아까워 하고,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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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과 선수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난세에 소방수를 자청한 배경을 이렇게 유추했다. "홍 감독이 줄곧 해온 생각은 '우리 세대가 축구를 통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나. 우리가 혜택을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언제부터 돈을 이렇게 벌었고, 언제부터 이렇게 유명했나. 다 축구를 통해 얻은 것이다. 축구를 통해 국민과 후배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행정가' 홍명보의 장점도 열거했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현장을 두루 경험해봤다. 선수로서 국가대표, 월드컵을 경험했고, 선수와 지도자로 올림픽, 월드컵, 일본 미국 중국 등 해외 스포츠 현장도 두루 경험했다. 유소년 축구에도 같한 관심을 갖고 20년간 장학재단을 운영했다. 한국 축구 정책을 이끌어갈 해박한 지식과 현장 경험, 네트워크가 가장 큰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선배' 하석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아주대 감독) 역시 '홍명보 전무' 시대에 대한 아낌없는 기대를 표했다. "홍 전무라면 잘해낼 것이다. 규율을 지키되 소통할 줄 안다. 귀가 열려 있다. 자기 고집도 또렷하지만, 이해할 부분은 이해할 줄 안다. 책상머리에 그냥 앉아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부지런히 소통하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많이 듣는 '현장형 리더'의 역할을 잘해내리라 믿는다."
전북 공격수 김신욱은 지난 2일 전북 우승 미디어데이에서 지도자의 꿈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면서 이례적으로 홍 감독을 언급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홍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도자의 꿈을 키우게 됐다."
그라운드 선후배들의 기대 속에 더 단단해진 그가 돌아왔다. 꽃길도 가시밭길도 묵묵히 걸어온 그가 또다른 가시밭길을 자청했다. 유소년 축구, 아마축구, 프로축구, 남녀 대표팀에 이르기까지 혁신과 변화를 희망하는 현장의 눈빛들이 간절하다. 홍명보 전무 체제는 16일 축구협회 총회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시련은 힘이 된다. 비가 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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