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두사미'였다.
그런데 공백이 길어지자 엉뚱한 방향을 향했다. 조태룡 강원 대표이사는 최 전 감독이 물러난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1~2주 내에 새 감독을 모셔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주가 흐른 뒤에는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몇 분을 만나 의견을 나눠봤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서 "선임을 마칠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좋은 분을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원이 스플릿 그룹A에 진출한 10월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물밑에선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이 꾸준히 이뤄졌다. 축구계 관계자는 "22일 전북전을 앞두고는 한 대학 지도자에게 '당장 팀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했으나 지도자의 고사로 선임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침묵을 이어오던 조 대표는 지난 20일 "남은 스플릿 경기를 보고 나서 (새 감독을) 결정하려고 한다"며 사실상 시즌 내 감독 선임이 무산됐음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두 달 가까이 대행 신분으로 팀을 이끌어 온 박효진 수석코치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최 전 감독이 물러난 뒤 지휘봉을 물려 받았지만 기약이 없었다. 팀을 변화시킬 색깔을 입히고 싶어도 '말바꾸기'와 차기 사령탑 선임 움직임 속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정조국 이근호 등 고참들이 박 대행의 무거운 짐을 덜기 위해 나섰지만 리더십 만으로 경쟁력을 발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꼴찌 광주FC가 남기일 전 감독의 사퇴 뒤 김학범 감독과 빠르게 접촉해 사령탑 공백을 메우고 최근 연승으로 반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부분과는 대조적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