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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현장분석]포체티노, 리버풀전 통해 전술가로 거듭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7-10-23 09:22


ⓒAFPBBNews = News1

[웸블리(영국 런던)=조성준 통신원]토트넘이 리버풀을 홈으로 불러들여 4대1 대승을 거두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역습 전술 선택이 이끌어낸 훌륭한 승리였다.

토트넘은 22일(현지시각) 웸블리에서 펼쳐진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에서 리버풀을 4대1로 꺾는 데에 성공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홈에서 한 발 물러서 역습을 노리는 예상치 못한 선택을 했는데, 이는 리버풀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 성공적인 역습을 통해 이른 시간에 두 골을 만들어낸 토트넘은 안정적인 수비를 통해 리드를 성공적으로 이어 나갔다. 이에 더불어 추가골, 쐐기골까지 기록한 토트넘은 손쉽게 승점 3점을 가져왔다. 반면, 리버풀은 자신들의 치명적인 약점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전략가로 거듭나는 포체티노

리버풀과의 경기를 한 시간 앞두고 발표된 토트넘의 선발 라인업은 상당히 예상 외였다. 스리백으로 예상되는 라인업에는 윙크스의 옆에 서게 될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된 후 보여진 토트넘의 미드필더 라인은 에릭센-윙크스-알리, 너무나도 공격적인 라인업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오늘 경기에서의 토트넘은 수비에 중점을 둔 상태로 역습을 활용하는 전술의 교과서 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금의 변화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도르트문트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 했을 때와 유사한 형식이었다. 점유율을 포기하고 먼저 뒤로 내려 앉은 뒤 역습을 노리는 형태였는데, 이 노림수는 완벽하게 적중했다. 리버풀의 볼 점유율은 60-70%에 육박했지만, 그 뿐이었다. 성공적인 공격을 가져간 것은 토트넘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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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방에서 볼을 빼앗아 공격으로 전환되는 모습이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미드필더를 많이 거치지 않고, 볼을 빠르게 전방으로 이동시켜 짧은 시간 안에 슈팅까지 연결하였다. 활동량이 좋고 최근 수비적인 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윙크스, 전방으로 질 높은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에릭센, 개인기를 통해 공을 전방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알리가 미드필더에 모두 배치되었던 점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또한 투 톱으로 기용된 케인과 손흥민이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공격을 전개했던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케인은 후방에서 넘어오는 볼을 키핑하여 어려운 상황에도 토트넘이 소유권을 이어 나가도록 노력했다. 반면 손흥민은 케인이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는 동안, 뒤나 측면 공간을 빠르게 파고들며 리버풀의 수비를 괴롭혔다. 손흥민이 골을 기록한 토트넘의 두 번째 골이 그러한 공격형태의 대표적인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볼 소유권을 가져온 이후, 단 몇 번의 패스 만으로 득점까지 기록한 것이다.


ⓒAFPBBNews = News1
수비 무게감의 차이

그리고 무엇보다 수비의 안정감이 승부를 갈랐다. 토트넘의 스리백은 경기 내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살라-피르미누-쿠티뉴 등 리버풀의 공격수 들은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짧은 패스들을 통해 찬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는데, 오늘 경기에서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수비 시에는 5-3-2 형태로 변화하는 토트넘의 수비 라인을 상대로 리버풀은 맥도 추리지 못했다. 토트넘의 수비 라인은 매우 탄탄하고 안정적이었는데, 관중석에서 경기장을 바라보아도 빈 공간이나 패스 길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반면 리버풀은 치명적인 약점인 수비 문제를 다시 한 번 보여주며 네 골을 실점했다. 토트넘과는 반대로 실점할 수 있지 않는 상황 들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골을 허용하며 자멸했다. 특히 31분 만에 교체 된 로브렌의 모습은 실로 최악이었다. 첫 번째 골 때는 집중력을 잃고 케인에게 뒤 공간을 내어주더니, 8분 뒤에는 헤딩 클리어링 미스로 또 다시 케인에게 볼을 내주었고 이는 토트넘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골키퍼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미놀렛은 어설픈 펀칭으로 토트넘의 네 번째 골에 빌미를 제공한 반면, 요리스는 쿠티뉴의 중거리 슛을 비롯해 여러 중요한 찬스들을 선방해내며 리버풀의 추격 기세를 꺾게 만들었다. 전술의 차이 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집중력, 능력의 차이가 현저히 느껴졌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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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의 공격은 왜 무뎠을까

리버풀의 공격력 저하의 원인에는 쿠티뉴, 피르미누의 체력 저하나 중앙 돌파 실패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로는 바이날둠의 결장을 꼽고 싶다. 리버풀의 공격수 중 쿠티뉴와 피르미누는 페널티 박스 밖으로 빠져나와 볼을 받는 플레이를 선호하는 선수들이다. 이때 바로 뒤 공간을 위협적으로 파고드는 선수가 바이날둠이었다. 바이날둠의 그러한 움직임은 자신이 직접 골을 넣으려는 시도 뿐만 아니라 상대의 수비라인에 혼란을 주고, 피르미누나 쿠티뉴에게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주는 하나의 공격 루트인데 오늘 경기에서 그러한 모습을 가진 선수는 없었다. 살라가 고군분투하긴 했지만 부족했다. 그나마 비슷한 역할을 하던 엠레 찬은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를 옮겼고, 밀너와 헨더슨은 안전한 미드필더 공간에서 볼을 받아 연결하는 데에 그쳤다.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가는데도 불구하고 골을 넣을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페널티 박스 안에는 살라 혼자 위치하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반복되었다. 리버풀이 후방에서 공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전방에 줄 곳이 없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밀너, 헨더슨, 쿠티뉴 모두가 3선까지 내려와 볼을 받아 전개하려고만 할 뿐, 토트넘의 스리백에 몸을 비비며 상대를 괴롭히는 선수는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리버풀이 보여준 위협적인 모습은 쿠티뉴의 개인 돌파에서 밖에 나올 수 없었고, 결국 1득점에 그쳤다.

포백-스리백 혼용과 더불어 새로운 스리백 전술을 성공시키며 발전한 토트넘과 수비라인-공격력의 저하와 같은 약점을 다시 한 번 노출한 리버풀의 대조적인 모습이 드러난 오늘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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