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러시아전 패배. 아픔이 컸지만 희망도 분명했다.
이청용의 변신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유럽 원정 2연전을 전원 해외파로 구성했다. 스리백 구성으로 부족한 수비를 커버하려 했으나 측면이 문제였다. 이청용 뿐만 아니라 센터백 김영권(광저우 헝다)까지 윙백으로 나설 정도였다. 프로 초창기였던 FC서울 시절 잠깐 윙백을 맡았다가 측면 공격수로 전환했던 이청용은 이날 임무를 100% 소화하면서 자칫 영패 수모를 당할 수도 있었던 신태용호를 구했다.
최근까지 이청용 주변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한 채 크리스탈팰리스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감독 교체로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했다. A대표팀의 유럽 원정 2연전은 본선에서의 이청용의 가능성을 평가할 중요한 시험대였다. 러시아전 맹활약으로 이청용의 가치는 다시 높아졌다. 신 감독도 "이청용이 처음으로 그 자리(윙백)에 섰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해줬다"고 합격점을 줬다.
권창훈(디종)은 '언성히어로'였다. 2선 공격수로 나선 권창훈은 후반 34분 교체아웃 전까지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와 뛰어난 활동량을 선보이면서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올 초 디종 이적 뒤 적응기를 거쳤던 권창훈은 최근 소속팀에서의 성장세를 대표팀에서도 증명했다.
반면 A대표팀 간판공격수 손흥민(토트넘)은 또 고개를 숙였다. 수 차례 기회를 잡았지만 상대 수비에 막혔고 무리한 슛을 남발했다. 후반 34분 교체되면서 A매치 연속 무득점은 8경기째로 늘어났다. 후반 9분과 10분 잇달아 자책골을 터뜨린 김주영(상하이 선화)에겐 러시아전은 악몽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