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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현장분석]'종이비행기'만도 못했던 잉글랜드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7-10-06 07:48


ⓒAFPBBNews = News1

[웸블리(영국 런던)=조성준 통신원]"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즐거워하는 잉글랜드의 팬들이 오늘 경기의 퀄리티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BBC 스포츠의 수석 기자, 필 맥널티가 경기 중 남긴 코멘트이다. 이 코멘트 하나가 잉글랜드 대표팀에 대한 모든 것을 표현해준다.

잉글랜드는 5일(현지시각)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2018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 F조 9차전에서 슬로베니아에게 1대0 신승을 거두었다. 이 승리로 잉글랜드는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 또한 7승 2무로 무패 행진도 이어 나갔다. 하지만 경기력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팀은 후반전으로 갈수록 찬스를 만들어 내기는커녕, 슬로베니아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 차례 허용했고, 이러한 모습들은 팬들이 실망하기에 충분했다.

EPL ≠ 잉글랜드?

지난 몇 년 간, 다소 침체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프리미어리그는 이번 시즌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다섯 팀은 지난 조별 예선 두 경기에서 8승 2무를 거두고 있고, 유로파리그에서 출전한 아스날 역시 좋은 출발을 알렸다 (물론 에버튼은 부진하긴 하다). 세계 최고의 감독들과 선수들이 모두 모인만큼, 주말 BIG 6 팀들의 선발라인업을 보고 있자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의 상승세와 잉글랜드 대표팀의 흐름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잉글랜드 대표팀23명은 모두 프리미어리그 팀에 소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무게감이 떨어져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리버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옥슬레이드-채임벌린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후보 명단에 있었던 아론 크레스웰, 트리피어, 린가드, 스터리지 등은 팀에서도 출전이나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이다. 실제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케인, 스털링 정도를 제외하면 좋은 스탯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은 루카쿠(벨기에), 모라타, 다비드 실바, 아스필리쿠에타(이상 스페인), 아게로(아르헨티나) 등 외국인 선수들 뿐이다.

그렇기에 경기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수 아래인 슬로베니아를 상대해 70%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찬스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후방에서부터의 빌드업이나 측면에서의 부분 전술을 통해 기회를 창출해 내는 장면은 거의 전무했다. 경기 내내 만들어낸 찬스라고는 한 두번의 역습 혹은 래쉬포드, 케인 등이 개인 능력을 통해 만들어낸 상황들 뿐이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전술적 선택 또한 아쉬웠다. 스털링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것 뿐 아니라, 스터리지, 데포 등 결정력 있는 선수들이 벤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교체 카드 한 장을 남겨두었던 장면은 많은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경기 종료 후 사우스 게이트 감독은 "우리가 후반 추가시간의 골을 만들어 낸 것은 단순히 운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라고 했지만 90분 내내 득점에 고전했던 것을 고려하면 더욱 빠른 교체가 필요했다고 느껴진다.

축구 경기는 뒷전?


이렇게 부진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팬들의 집중력은 더더욱 떨어졌다. 실제로 웸블리는 토트넘의 홈 구장으로 쓰일 때보다, 혹은 다른 리그 경기와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적은 관중들이 찾아와 빈자리가 가득했는데 그 팬들 마저도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후반 15분 이후부터 몇몇 팬들이 날리기 시작한 종이비행기가 발단이었다. 관중들은 하나 둘 종이비행기를 접어 경기장 안으로 던지기 시작했고, 경기와는 관계없이 종이비행기가 피치 안으로 떨어지면 함성을 질렀다. 시간이 갈수록 경기 내용과는 관계없는 함성들이 계속되었고, 후반 막바지에는 수십개의 종이 비행기들이 경기장 구석에 떨어져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후반 34분 경에는 한 관중이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어 1분 가량 경기가 지체되었는데, 몇몇 팬들은 이 장면을 보고 오히려 함성을 내지르며 즐거워 할 정도였다. 같은 경기장 안에서 지켜 보기에는 잉글랜드 대표팀을 응원하러, 경기를 보러왔다기 보다는 놀러 왔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 정도였다.

개선이 필요한 잉글랜드 '대표팀'

이런 상황 들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는 후반 추가시간 케인의 극적인 골로 1대0 승리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을 확정 지었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지난 한국이 우즈베키스탄과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예선을 확정지은 그 때와 상당히 유사한 느낌을 풍기고 있다. 사우스 게이트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발전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말하면서도)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에 대한 기쁨을 밝히고 있는 반면, 팬들과 전문가들은 경기력에 대해 많은 비판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ITV에서 이번 경기 중계를 맡은 이안 라이트는 "너무나도 쉬운 조 편성이었다. 진정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월드컵을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는 나이지만, 잉글랜드 경기를 보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라며 혹평을 쏟아 붓기도 했다.

스포츠는 결과론 적인 스포츠이다. 누가 얼마나 잘했나 보다는 어떤 팀이 골을 많이 넣었나, 누가 결승점까지 빨리 도착했나 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된다. 월드컵 진출이 달린 이런 예선 경기에서는 결과가 더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월드컵은 이번 유럽 예선과 같지는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겨야 할 것이다.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몰타, 스코틀랜드, 리투아니아와 같은 명백히 한 수 아래를 만난 이번 예선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축이 되는 선수들이 외국인 들로 계속해서 유지되고, 또 대표팀에서는 이러한 경기력이 이어질 수록 잉글랜드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은 한 없이 줄어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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