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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울산. 구름 위를 걷고 있는 K리그 클래식의 양강이다.
제주의 열쇠는 '돌아온 선수들'이 쥐고 있다
제주의 최근 상승세는 확실한 베스트11 구축에서 시작됐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시즌 초 재미를 본 3-4-1-2 포메이션으로 회귀했다. 수비진은 오반석-권한진-김원일 스리백 체제를 공고히 했다. 이들은 8경기에서 단 3골만 내주는 짠물 수비를 펼쳤다. 공격진은 이창민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잡으며 투톱도 위력을 더했다. 매경기 바뀌었던 베스트11이 고정되자 팀의 안정감과 조직력이 배가되는 효과를 누렸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예상되지만 조 감독은 '전술, 명단' 보다 '정신력'이 포인트라고 했다. 그는 "이 경기가 시즌 순위에 직결되는 경기가 될 수 있다. 분위기 측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상대 역시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얼마나 흐트러지지 않고 우리가 준비한 것을 펼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공격에서는 측면을, 수비에서는 오르샤 봉쇄를 키로 꼽았다. 조 감독은 "울산이 수비가 좋아서 측면에서 빠른 전환으로 흔들 필요가 있다. 수비에서는 오르샤가 잘하는 플레이를 못하도록 막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쉽지 않은 승부지만, 홈에서 열리는만큼 공격적인 축구도 포기할 수 없다. 조 감독은 "상대의 역습이 신경쓰이지만, 우리 홈 팬들 앞에서 하는만큼 강하게, 공격적으로 부딪히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소총 버린 울산, '뒷문 단속'이 관건
울산은 최근 9경기서 제주와 같은 14골을 터뜨렸다. 이전까지 19경기서 18골에 그쳤던 '소총'에서 탈피했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발을 맞춰온 이종호-오르샤의 '쌍끌이 득점포'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전술 변화도 돋보인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타쿠마와 수보티치가 빠르게 팀 전력에 녹아들면서 공격력이 배가됐다.
관건은 수비다.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 김성환이 경고누적으로 제주전에 결장한다. 정재용과 타쿠마의 뒤를 받침과 동시에 포백에 앞선 '커트맨' 역할을 하던 김성환의 부재는 전체적인 수비 균형을 무너뜨릴 만한 요소다. 박용우가 대체자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김도훈 울산 감독의 '깜짝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
포백 집중력도 문제다. 울산은 최근 3경기서 4실점을 했다. 앞선 6경기서 3실점에 그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상주전에서 돌파에 취약한 면모를 드러낸 점은 빠른 발과 송곳 패스를 갖춘 제주 공격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자아낼만 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3월 11일 제주 원정을 잊지 못한다. 준비한 것을 제대로 풀어놓지도 못한 채 0대3으로 완패했다. 6월 21일 안방에서 제주를 1대0으로 꺾기는 했으나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이번에는 일찌감치 제주도로 내려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제주는 마그노가 돌아왔고 이창민도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어디서든 득점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면 수비에서 위험요소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수비 문제점에 대해선 집중력 강화해 보강할 생각"이라며 공격축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감독이 짚은 숨은 변수는 '환경'이다. 그는 "경기 당일 비가 예보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날씨의 영향을 받다보면 앞선 경기들에 비해 빡빡하게 승부가 전개될 것 같다"며 "선제골로 물꼬를 트는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16일에는 강원-전남, 상주-광주, 대구-수원이 각각 클래식 29라운드를 치른다. 17일에는 제주-울산전을 비롯해 인천-서울, 포항-전북전이 펼쳐진다.
박상경, 박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