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의 신생구단 안산 그리너스는 올시즌 모범적인 연고 정착 노력으로 축구계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단주 제종길 안산시장의 진심어린 열정은 인상적이었다. 홈 경기 때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장님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정겨웠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욕쟁이 아저씨처럼 관중석 한켠에서 걸쭉한 욕을 버럭 외치다가도 골이 들어가면 세상 다 얻은 듯 기뻐하는 동네아저씨 팬과 시장님이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도 인상깊었다. 안산 선수단은 일본 J리그 반포레 고후를 롤 모델 삼아 끊임없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가까워지고자 노력했다. 성적이 뛰어난 팀보다 팬과 함께 하는 구단을 노래했다.
시민구단으로 새 출발한 첫 시즌, 안산은 지난 7월 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실관중수 집계에서 경기당 2793명으로 성남(3466명), 수원FC(2842명)에 이어 K리그 챌린지 3위를 기록했다. 안산 무궁화 경찰청축구단이던 지난해 총 20경기에서 홈 누적관중 2만93명을 기록했던 안산이 올해 부산전 직전까지 홈 14경기에서 3만9791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의미 있는 성장이었다. 시장님의 진정성, 구단 차원의 지역 연고 정착 노력, 안산 선수단의 팬 친화적 발품이 짧은 시간 큰 결실을 맺는 것 같았다. 많은 K리그 팬들이 안산의 행보를 주목하고 응원했다.
![](https://sports.chosun.com/news/html/2017/09/14/2017091501001305700094763.jpg) |
기록지의 관중수가 공란으로 남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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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밤, 부산과의 홈경기(0대1패) 직후, 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에는 안산 그리너스의 관중수가 공지되지 않았다. 연맹에 문의했다. 문제가 포착됐다. '실관중수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졌다. 연맹 관계자는 "구단 관중수가 공식 발표되지 않는 경우는 대부분 실관중수가 실제보다 높게 제출돼, 검증이 필요한 경우"라고 '부풀리기' 의혹을 확인했다.
연맹은 최근 '실관중 집계'를 집중 점검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날 안산 '와 스타디움' 현장에서 연맹 감독관이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실관중수를 20% 가까이 부풀려 보고했다는 의혹이었다. 2000~3000명의 관중은 현장에서 눈 대중으로도 충분히 셀 수 있다. 감독관의 보고에 따라 연맹은 검표 전수작업에 들어갔다. 안산-부산전 관중수는 14일 오후까지도 여전히 빈칸으로 남겨져 있다.
연맹은 14일까지 티켓을 전량 회수하고, 온라인발권업체 바코드와 대조 작업을 거쳤지만, 닷새가 지나도록 수치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구단의 발표 수치가 온라인 발권 티켓수보다 확실히 많았다. 몇백 장의 누락분이 발생했다. 2000명 안팎의 관중을 기록하는 챌린지에서 몇백 장은 큰 차이다. 연맹은 14일 "구단이 보낸 내역서와 제출한 관중수 사이에 여전히 차이가 있다"고 했다. 안산 구단 관계자는 "실관중수를 2883명으로 제출했고 감독관이 추정 수치와 차이가 크다며 사인을 해주지 않았다. 티켓 수거분 2500장을 연맹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일일 알바생이 검표를 하는데 경기시간 임박해서 관중들이 우르르 들어오면서 바코드를 찍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챌린지 관중 순위는 구단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수백 명' 부풀리기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로 지난 7월 연맹이 발표한 관중수 2~4위 수원FC(2842명), 안산 그리너스(2793명), 부산 아이파크(2701명)의 수치는 큰 차이가 없었다. '20%' 가까운 표의 증감은 관중수 랭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안산 외에 올시즌 2개의 구단이 관중 부풀리기로 경고를 받았다. 왜곡된 정보는 연맹이 지향하는 K리그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데이터 현황 지표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의였든, 실수였든 지역연고와 관중증대를 지상과제 삼고, 그 노력과 성과를 자랑스럽게 홍보해온 안산 구단의 일탈이라 더욱 유감이다. 팬심에 '찬물'을 끼얹는, 실망스러운 사건임에 틀림없다. '페어플레이' 스포츠 정신에도 반하는 일이다. 축구는 정직하고 투명한 스포츠다. 선수계약, 관중수, 수입 등 프로구단의 모든 일은 정직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관중의 숫자만큼 중요한 것은 팬의 순도다. 단 한 명의 시민이라도 축구를 즐기고, 축구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래서 다시 축구장을 찾고 싶어진다면, 시민구단의 역할은 충분하다. 팬들은 그 진심을 알아본다. 시민축구단의 '미담' 뒤에 불거진 '실관중수 부풀리기'의 민낯이 어이없고 씁쓸한 이유다. 프로구단의 기본은 신뢰와 도덕성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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