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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휴식기 이전에 뭔가 답이 나올 것 같았다. 휴식기는 끝났다. 그 사이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당사자는 물론 구단 직원들도 제대로 설명하는 이가 없다.
수원은 그동안 4대 감독(서정원)까지 3대 윤성효 전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것을 제외하고 감독 재계약 만큼은 일찌감치 정리해왔다. 1대 김 호 감독은 9년간 장수했고, 2대 차범근 감독도 7년간 구단의 신임을 받았다. 현 서 감독도 취임 1기 3년 계약 만료를 1년 앞둔 2015년 초 3년 추가계약을 성사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감독 거취 문제 만큼은 빨리 정리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전통을 유지해 온 것이다. 창단(1995년) 22년의 역사에서 '한 번 사람을 쓰면 큰 문제가 없는 한 쉽게 바꾸지 않는다'며 신뢰를 줬던 특유의 경영 방침이 '명가'의 밑거름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서 감독의 재계약 얘기가 나올 때가 됐는데 소식이 없자 수원팬들도 궁금했다. 그러자 김준식 수원 구단 대표이사는 지난달 10일 무렵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 감독의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A매치 휴식기 동안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준식 대표는 "올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 여부를 최종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수원 구단이 그동안 감독 선임에 대해 신뢰를 지켜 온 전통을 존중한다"면서도 "서 감독 재계약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자료와 주변 평가를 더 종합한 뒤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다른 구단에도 자문한 결과 시즌 종료 뒤 재계약을 결정해도 된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수원 구단은 휴식기 동안 서 감독의 재계약과 관련해 내부 평가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 결과 젊은 선수 육성, 전략·전술 등 감독으로서 능력에서 합격점이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보강이 전혀 없는 등 구단의 긴축경영 방침을 감안하면 서 감독의 재임 기간 성과는 저평가될 이유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팬들의 여론 등 외적인 변수까지 고려하기 위해 최종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현재 모든 구단들은 내년 선수단 운영계획 수립에 들어갈 시기다. 어떤 선수를 내보내고 영입할지를 비롯해 당장 동계 전지훈련지 선정과 훈련 계획을 짜야 한다. 차기 연도 예산은 11월에 편성되기 때문에 새해 구단 살림과도 직결돼 있다. 수원 구단은 그동안 이런 작업들을 조기에 완성하면서 선수단 운영 안정화를 우선으로 삼았다.
감독 재계약 여부가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이런 업무에도 제동이 걸렸다. 거취가 불투명한 감독 입장에서 내년 계획을 짜는 것은 무리가 많다. 만약 재계약을 못한다면 후임 감독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다른 구단들도 연말에 감독이 바뀌는 바람에 이미 짜놓은 계획을 수정하느라 혼란을 겪어 온 사례가 많았다. 수원 삼성 레전드 출신으로 5년간 지휘봉을 잡아 온 서 감독에 대한 배려도 아니다. 시즌 종료 시점이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리그의 감독 선임 작업도 끝날 때라 오도 가도 못할 처지가 될 수 있다. 성적 부진으로 인한 경질이 아니라면 딴 길을 찾아볼 시간은 줘야 하는 게 상도의다.
구단은 재계약을 미룸으로써 서 감독이 남은 시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동기를 유발하는 장점을 기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구단의 행보로 인해 신임을 잃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감독과 그를 따르는 선수들의 의욕상실로 인한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모기업 제일기획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움직이다'를 비전으로 강조한다. 사령탑 관리에서 새롭게 등장한 이번 아이디어가 '명가' 수원의 미래 세상을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볼 일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