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삼성이 휴식 끝 첫경기를 화끈하게 장식했다.
작년 시즌만 해도 수원은 전남과의 맞대결에서 2무1패로 열세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3대1, 4대1에 이어 3번째 대결에서도 낙승을 하며 신흥 '전남킬러'로 자리잡았다.
서정원 수원 감독의 용병술이 반짝 빛을 발한 쾌승이었다. 수원은 이날 A매치 휴식기 이전에 비해 적잖은 변화로 시작했다. 수비-미드필드-전방의 중요 자원을 모두 바꿨다.
팀의 핵심 미드필더 염기훈을 비롯해 수비라인 중심 매튜, 구자룡이 벤치 대기했다. 최전방 조나탄의 대체자로 박기동이 섰다. 박기동을 받칠 공격수로 신인 윤용호가 베테랑 산토스와 발을 맞췄다.
박기동 '전남전에 유독 강하다더니…'
노상래 전남 감독은 경기 전 조나탄 대체 멤버로 나선 박기동을 경계했다. 박기동의 친정팀이 전남이다. 상주 제대 후 전남에 복귀했지만 설 자리가 없어 올시즌 수원으로 이적했다. 박기동은 상주 시절에도 친정팀 전남전에서 유독 강했고 수원 입단 후 첫 전남전(5월 14일)에서도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3대1 승리를 도왔다. 부상으로 한동안 출전하지 못하던 박기동이 회복 후 첫 출전 상대가 하필 전남이 되자 노 감독도 신경쓰이는 눈치였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박기동은 7월 23일 상주전 이후 첫 출전이었다. 선발은 전남전 이후 무려 4개월 만이었다. 서 감독은 "부상에서 많이 회복돼 휴식기 훈련 컨디션이 좋았다. 김건희도 있지만 박기동이 객관적으로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서 감독 말대로 박기동의 경기력은 전혀 우려할 일이 아니었다. 전반 12분 산토스의 선제골을 김민우가 어시스트했지만 김민우에게 롱볼을 헤딩으로 절묘하게 떨궈준 이는 박기동이었다. 그는 전반 25분 김민우의 슈팅이 크로스바 맞고 나온 것을 마무리하며 쐐기골을 터뜨렸다. 공교롭게도 지난 5월 전남전 선발 출전 이후 처음 선발로 맞은 상대가 전남이었다. 친정팀에 비수를 제대로 꽂은 셈이다.
|
윤용호 'A대표팀 머쓱하게 하더니…'
윤용호는 A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반짝 주목받았다. 신태용호가 이란과의 9차전을 앞두고 파주에서 훈련할 때 수원과 비공개 연습경기를 가졌는데 혼자 2골을 넣으며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연습경기라지만 무명 신인이 대표팀을 상대로 2골을 넣은 게 화제였지만 최종예선 정국에 더이상 주목받지는 못했다. 수원은 예견된 '흙속의 진주'라고 했다. 권창훈(디종)의 대를 이을 수원 유스(매탄고) 출신으로 키워가는 재목으로 R리그(2군리그)에서는 막강한 신인으로 호평받고 있었다. 서 감독은 "그동안 차세대 육성 차원에서 착실하게 만들어 온 재목이다. 휴식기 훈련 동안 관찰해보니 클래식 무대에 세워도 될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프로 선발 데뷔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볼키핑력은 물론 공간 침투력과 몸싸움에서도 풋내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생애 첫 출전에 골까지 넣었으니 금상첨화다. 1-0으로 앞서던 전반 16분 산토스의 침투패스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상대 수비의 마크를 꿋꿋이 이겨내며 상대 골키퍼가 나온 것까지 파악한 뒤 툭 띄워차는 결정력이 돋보인 골이었다. 윤용호 역시 전남과 기묘한 인연이다. 윤용호가 교체 투입으로 프로에 데뷔한 경기가 5월 14일 전남전이었다. 이후 R리그만 뛰다가 이번 전남전에서 기회를 얻었는데 '대형사고'까지 친 것이다. 하필 전남을 상대로 시즌 1호골을 터뜨린 박기동과 윤용호 덕분에 수원이 선두추격 그룹에 다시 합류한 것은 보너스였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