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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서서히 강팀의 조건을 갖춰가는 것 같습니다."
제주의 주장 오반석(29)은 '조용한 강자'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하다. 조용한데 강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 사람들은 그를 '언성 히어로(Unsung Hero)'라고 부른다.
중앙 수비수인 오반석은 제주 최후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그가 이끄는 제주 수비라인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최강으로 꼽힌다. 전북과 더불어 27경기 24실점으로 최소실점이다.
그간 제주의 약점은 수비였다. 강한 공격에 비해 수비는 헐겁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오반석도 인정했다. "앞에서 잘 해줬는데 내가 부족한 탓이었다."
"내 탓이오"를 읊조린 오반석. 정작 팀이 잘 될 땐 공을 동료들에게 돌린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이룬 성과다."
한사코 자신을 낮춘다. 지난 2일 광주전(1대0 제주 승) 결승 헤딩골을 넣었을 때도 변함없었다. "동료의 킥이 워낙 좋았다." 이날 MVP(최우수선수)도 오반석의 몫이었다. 그래도 들뜨는 법이 없다. "1명 퇴장 당한 상황에서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 해 승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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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의 목소리에 갑자기 생기가 돈다. 제주 이야기를 했다. 평소보다 높아진 목소리. 오반석은 "팀이 점점 강해지는 걸 느끼고 있다"며 "서서히 강팀의 조건을 갖춰가는 것 같다"고 했다.
오반석이 생각하는 '강팀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일단 수비가 중요하다. 어떤 팀을 만나도 쉽게 골을 내주면 안 된다"며 "제주는 최근 7경기에서 3실점만 허용했다"고 말했다.
그 다음은 세트피스였다. 오반석은 "많은 강팀들은 그들만의 세트피스 전략이 있다. 그 동안 우리는 짧은 패스로 공격을 진행했지만 점점 세트피스 공격도 강해지고 있다"며 "그만큼 더 다양한 옵션으로 상대를 공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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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꼽은 건 '승리' 그 자체였다. 오반석은 "강팀들은 아무리 어려운 경기를 해도 승리를 챙기는 법을 안다"며 "최근 제주도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다. 내용만 놓고 보면 분명 만족스럽지 못하고 어려운 경기를 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리를 챙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이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리그 27경기를 치른 현재 제주는 승점 50점으로 전북(1위·승점 54)에 이어 2위다. 우승도 노려볼 만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오반석다운 대답이 나왔다. "경기력과 결과로 보여줘야 할 부분이다. 마음으론 누구나 우승을 원한다. 하지만 분위기에 취하는 순간 위기는 찾아온다. 나는 그 점을 경계한다. 그저 조용히 결과로 보여드리고 싶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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