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트로피를 살 수 없다'는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
여름 동안 물결쳤던 돈의 흐름은 또 한번 EPL 구도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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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감독이 올 여름 제대로 칼을 갈았다. 이적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맨체스터 형제였다. 지난 시즌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입에 나섰다. 구단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 맨시티는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 맨유는 이반 페리시치(인터밀란)라는 마지막 카드를 얻지 못했지만, 분명 만족스러운 여름을 보냈다. 카일 워커, 다닐루, 벤자민 멘디 등 막강 윙백에 베르나르도 실바가 2선에 더해진 맨시티는 한층 공격적인 팀으로 변모했고, 로멜루 루카쿠, 빅토르 린델로프, 네마냐 마티치를 데려온 맨유는 안정적인 밸런스를 구축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첫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올 시즌 절치부심했다. 자신감도 내비쳤다. 무리뉴 감독은 맡았던 모든 팀마다 두번째 시즌에 일을 낸 바 있다. 분위기도 좋다. 현지 언론은 탄탄한 스쿼드를 지닌 맨체스터 형제가 올 시즌 우승을 다툴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전부터 소문난 라이벌이었던 과르디올라와 무리뉴 감독의 자존심 대결까지 겹쳐 치열한 우승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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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워진 상위권, 빅4의 미래는?
우승 경쟁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것이 UCL 티켓이 주어지는 '빅4' 다툼이다. 잉글랜드는 1위부터 4위까지 UCL에 나갈 수 있다. 첼시, 토트넘, 아스널, 리버풀도 우승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팀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 같이 불안요소가 공존해 있다.
'디펜딩챔피언' 첼시는 다소 아쉬운 여름을 보냈다. 안토니오 콩테 감독과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기대만큼의 영입을 하지 못했다. 안토니오 뤼디거, 티에무에 바카요코, 알바로 모라타로 급한 불은 껐지만, 커뮤니티쉴드에서 보듯 전체적으로 아직 어수선한 분위기다. 토트넘은 단 한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시즌 2위를 이끈 기존 선수단을 지키는데 주력했다. 맨시티로 떠난 워커의 공백을 메워줄 키에런 트리피어가 부상해 남은 기간 동안 선수 영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스널과 리버풀은 '에이스 지키기'가 관건이다. 지난 시즌 5위로 UCL 진출에 실패한 아스널은 알렉산더 라카제트를 구단 역사상 최고액으로 영입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문제는 산체스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산체스는 맨시티와 파리생제르맹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아스널은 잔류를 원하고 있지만 산체스는 여전히 오리무중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프리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던 리버풀은 이적시장 막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네이마르를 빼앗긴 바르셀로나가 '에이스' 필리페 쿠티뉴에 러브콜을 보낸 것. 리버풀은 절대 불가 방침을 정하고, 두 차례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쿠티뉴가 이적을 원하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나든 후유증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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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하위권팀들의 경기력은 올시즌 EPL의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이제 EPL은 빅4간의 대결결과로 우승을 결정짓는 리그가 아니다. 심심치 않게 강호들을 잡아냈던 중하위권팀들은 올 여름에도 대대적인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중하위권팀들은 연일 구단 이적료 기록을 경신하며 수준급의 선수들을 영입했다.
대표적인 팀이 에버턴이다. 조던 픽포드, 마이클 킨, 데이비 클라센, 산드로 라미레스 등 알짜 선수들에 웨인 루니까지 더했다. 질피 시구르드손(스완지시티)와 올리비에 지루, 대니 웰벡(이상 아스널)까지 영입할 경우, 유로파리그를 넘어 UCL까지 노려볼만한 팀이 된다. 웨스트햄 역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조 하트, 파블로 사발레타 등 검증된 베테랑들을 데려오며 다크호스 전력을 꾸렸다.
이 밖에 2년 전 동화 같은 우승에 성공했던 레스터시티는 켈리치 이헤아나초에 2500만파운드, 왓포드는 공격수 안드레 그레이에 1800만파운드를 투자했다. 다른 구단들도 준척급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두텁게 했다.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로 돈다발을 손에 쥔 중하위권팀들은 올시즌 EPL의 큰 변수다.
객관적 전력상 올시즌 승격한 허더스필드와 브라이턴이 유력한 강등후보다. 그러나 이들의 전력도 만만치 않아 초반부터 누가 기선을 제압하느냐가 중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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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샤인' 손흥민(토트넘)은 지난 시즌 새로운 역사를 썼다. 21골(리그 14골, FA컵 6골, UCL 1골)을 터뜨리며 차범근 전 감독이 갖고 있던 한국 선수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골(19골) 기록을 31년 만에 넘어섰다. 9월 아시아 최초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받은 데 올해 4월에도 이 상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아시아 역대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손흥민은 올 시즌 한단계 도약을 꿈꾼다. 부상으로 프리시즌을 거른 손흥민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뉴캐슬과의 개막전 출전 전망을 밝혔다. 지난 시즌까지 주전 경쟁으로 고생했지만, 지금 손흥민은 의심할 여지없는 토트넘의 핵심 공격수다. 한층 자신 있는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EPL과 토트넘 전술에 적응을 마친만큼 지난 시즌 이상의 득점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쌍용'은 부상 회복이 우선이다. 스완지시티의 기성용(28)은 무릎 수술 여파로 9월 중순 이후 복귀할 전망이다. 버밍엄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크리스털 팰리스의 이청용(29)도 가벼운 부상으로 프리시즌 일정에 불참했다. 두 선수는 감독 교체 여파로 지난 시즌 다소 고전했지만, 올 시즌 반전을 꿈꾸고 있다. 주전 경쟁을 뚫어야 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