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을 하던지 해야지 안되겠어요."
텅빈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유상철 울산대 감독(46)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울산대는 2일 강원도 태백종합경기장에서 가진 단국대와의 제48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 결승에서 후반 중반 결승골을 허용하며 0대1로 졌다. 전반전까지 경기를 주도했던 울산대는 후반 초반부터 단국대의 공세에 주도권을 넘겨줬다. 실점 뒤 반격을 시도했으나 힘이 부족했다. 후반 추가시간 결정적인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막히자 유 감독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2014년 울산대에 부임해 2년 연속 1, 2학년축구대회 준우승에 이어 2015년 전국체전 대학부 준우승에 그쳤던 유 감독은 절치부심하며 이번 대회에 도전했다. 대회 장소인 태백에서 P급 지도자 라이센스 교육이 진행 중인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를 오가며 제자들을 지도하는 열정을 불태웠지만 4번째 준우승 타이틀을 쥐는데 만족해야 했다. 유 감독은 한국대학축구연맹(회장 변석화)으로부터 대회 우수지도자상을 받으며 공로를 인정 받았지만 제자들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지 못한게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유 감독은 "팀 분위기나 경기력 모두 좋았는데 세밀함이 부족했다. 한 순간의 실수가 결과로 이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준우승만 4번째인데) 굿을 하든지 해야지 안되겠다"고 웃은 뒤 "압도적인 승부였다면 승복하고 개선점을 찾는 소득도 있는데 대등한 승부를 펼치고도 패하면 그만큼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허탈해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경험이 선수 개개인의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된다. 오늘 결과로 인해 다가오는 전국체전이나 U리그에 임하는 자세도 좀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제자들의 활약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유 감독은 2009년 춘천기계공고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시티즌 감독을 거쳐 울산대까지 10년차 지도자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이 풍부하고 실제로 성장세를 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대학 축구의 매력"이라며 "이제는 울산대가 상대팀에게 '맞붙기 껄끄러운 팀'으로 불릴 정도로 강하게 성장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점'을 찍어야 한다. 준우승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며 '우승 갈증'을 숨기지 않았다.
여전히 유 감독 앞에는 '지도자'보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이라는 타이틀이 먼저 붙는다. '원조 멀티 플레이어'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눈에도 '위기의 태극호'가 눈에 밟힐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는 위기에 강하다"고 운을 뗀 유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선수들과 소통력이 좋은 신태용 감독도 잘 해 나아갈 것"이라고 응원을 보냈다. 그는 "대표팀의 부름을 받는다는 것은 선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며 "후배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으리라 믿는다. 대표팀에 들어가는 순간 소속팀이 아닌 '대표선수'가 된다는 마음을 굳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최종예선을 통과해도 본선 대비를 게을리 해선 안된다. 어린 선수들을 관리하는 방법 등 보완할 부분을 찾고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백=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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