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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축구 선배들의 선택은 또다시 신태용이었다.
신 감독은 20세 이하 월드컵 직후 인터뷰에서 '소방수'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도전에 응하는 것은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크다. 축구협회에 있는 선배님들이 믿어주시니까 감사히 받아들인다. '저놈이 들어가면 채워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쉽게 주지 못하는 자리다. 나는 그런 믿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적 부담에 대해서도 "어떤 팀을 맡든 똑같다. 시간이 길든 적든, 감독으로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다. 그때 그때 압박감은 똑같다. 계산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나를 믿는다." 축구선배들이 난세에 자신을 떠올려주는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A대표팀 사령탑은 감독들의 무덤이다. 차범근,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까지 한국축구의 역사를 쓴,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하며 크고 작은 상처를 떠안았다. 이 때문에 '젊고 영리한' 신 감독의 도전을 말리는 이들도 많았다. 신 감독 본인은 다르다. 부담스러운 '독이 든 성배' 콜에 늘 흔쾌히 응해왔다. A대표팀 하마평에 신 감독은 "도전은 재밌잖아"라고 했다.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 등 2014년부터 수석코치로 함께했던 A대표팀 선수들과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안다. "하라고 하면 기꺼이 하면 된다. 2년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선수들이니까"라며 자신감을 표했었다.
기술위원회의 하석주 아주대 감독, 서정원 수원 감독, 황선홍 서울 감독, 김병지 스포츠문화진흥원 이사장 등과도 형제처럼 스스럼없이 지낸다. 기술위와 신 감독과의 원활한 소통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참석한 기술위원 중 한 감독은 "한국 축구의 위기에서 40~50대 지도자들의 역할론에 대한 자성이 있었다. 젊은 지도자, 전문 지도자들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 감독이 잘해내리라 믿는다. 기술위원들을 비롯한 축구계 전체가 똘똘 뭉쳐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