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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러시아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확보했다.
승점 12(4승4패), 조 3위에 머문 우즈벡은 한국과의 2위 싸움에 막판까지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래도 이란과의 9차전을 치러야 하는 한국은 한층 유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양 팀은 이날 같은 4-3-3 포메이션으로 서로 맞불을 놨다. 이란은 아즈문이 최전방 중앙에 선 가운데 타레미와 자한바크시가 좌-우를 받쳤다. 중원에는 쇼자에이-카리미-에자톨라히가 포진했고 레자에이안-푸랄리간지-호세이니-모하마디가 포백을 형성한 가운데 베이란반드가 골문을 지켰다.
불길한 징조일까. 상대적으로 다급한 우즈벡이 초반부터 악재를 만났다. 왼쪽 풀백 선발로 나섰던 안드레예프가 경기 시작 2분 만에 플레이 도중 스텝이 꼬여 넘어지면서 무릎 인대 부상으로 쓰러졌다. 결국 들것에 실려나갔고 3분 뒤 카시모프가 교체 투입됐다. 오른쪽 전문 풀백인 카시모프가 투입되면서 우즈벡의 포백 라인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경기 초반 불의의 악재에 '원정팀의 무덤'이라는 아자디스타디움의 기세에 눌린 우즈벡은 급격하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가랑비에 옷젖듯 이란의 공세가 꾸준히 전개되던 전반 23분, 수비라인이 흔들렸던 우즈벡이 결국 실수 한 번에 무너졌다. 역공을 위해 라인을 부쩍 끌어올렸다가 차단되면서 이란의 재역공에 휘말린 것.
하프라인 부근에서 롱볼을 받아 머리로 떨궈준 아즈문이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들었다. 이때 패스를 받은 자한바크시가 리턴 침투패스로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렸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서 패스를 받은 아즈문은 여유있게 문전으로 쇄도해 상대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3분 이란은 추가골 기회를 날렸다. 1분 전 공중볼을 잡기 위해 문전 침투하던 타레미가 우즈벡 수비수 쇼라메도프와 엉키면서 넘어졌다.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지만 부심이 쇼라메도프의 반칙 의견을 냄에 따라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쇼자에이가 허공을 향해 실축하는 바람에 좋다가 말았다.
하지만 아시아 최강 이란은 여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종료가 임박한 42분 화끈한 쐐기골로 홈팬들에게 화답했다. 주인공은 이란 축구의 슈퍼스타 카리미였다. 카리미는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측면에서 침투패스를 받은 뒤 상대 수비수와 맞닥뜨렸다. 하지만 그는 헛다리 짚기 페이크 모션으로 상대 수비를 농락한 뒤 오른발 인스텝으로 골문 오른쪽 구석을 정확하게 적중했다. 러시아행 티켓을 확정짓는 무결점 화룡점정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