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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결승]한국팬 마저 감동시킨 베네수엘라의 투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6-11 20:51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결승전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의 경기가 열렸다. 후반 잉글랜드 존 우드먼 골키퍼가 베네수엘라의 마레스트레의 페널티킥을 막아내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6.11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결승전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의 경기가 열렸다. 베네수엘라 선수들이 경기 전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6.11

절망의 땅에도 꽃은 핀다.

소년들의 조국 베네수엘라는 아수라장이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원유매장량 1위의 자원부국인 베네수엘라. 그 명성은 온데 간데 없다. 파산 위기다.

베네수엘라의 GDP(국내총생산)는 지난해 무려 18% 감소했다. 올해도 최소 4.2%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바닥을 치다 못해 땅으로 꺼지는 형국이다. 인플레이션은 800%에 달한다. 지폐는 이미 휴지조각이다. 악화일로다. 올해 현재의 두 배인 인플레이션 1600%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전망이다.

7년째 극심한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리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2015년부터 베네수엘라 국경을 넘어 브라질로 유입된 난민이 3만여명이다. 엑소더스다. 먹을 게 동났다. 국민들이 굶는다. 국민 4명 중 3명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피골이 상접한 가운데 곳곳에서의 충돌로 피를 흘리고 있다.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극렬한 반정부 시위가 2개월 째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6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과연 이게 나라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아노미 상황. 베네수엘라의 현실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조사한 베네수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7점이다. 100점 만점에서 17점이다. 바닥이다. 176개국 중 166번째다. 곳간에서 돈이 샌다. 국민 피를 빨아 정부 고위 관료의 배만 불리는 실정이다.

내일이 없는 삶. 소년은 유일한 희망이자 미래였다. 베네수엘라를 미소 짓게 하는 단 하나의 존재였다. 절망에 빠진 국민들은 이역만리에서 선전하는 미래세대를 보며 위안을 얻었다. 투혼으로 무장한 베네수엘라는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결승전에 올랐다. 그들의 행보는 곧 희망이었다. 지난달 26일 조별리그를 전승으로 통과한 후 라파엘 두다멜 감독은 "단순한 승리를 넘어 베네수엘라를 자랑스럽게 만들겠다"고 말했고, 지난 4일 8강전에서 미국을 꺾은 뒤엔 "위대한 조국의 자랑인 선수들이 위대한 승리를 일궜다"고 말했다. 4강전을 마치고 난 후에는 "오늘의 17세 소년은 행복으로 가득 찼지만, 어제의 17세 소년은 목숨을 잃었다"며 "이제는 무기를 내려놓을때"라고 했다.

모두가 베네수엘라의 기적에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기적은 동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베네수엘라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17년 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0대1로 패했다. 16강부터 4강까지 3경기 연속으로 연장전을 치른 베네수엘라는 얇은 스쿼드로 또 다시 같은 라인업을 내세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쉼없이 달렸다. 후반에는 잉글랜드를 여러차례 몰아붙였지만 마지막 한 끗이 아쉬웠다. 전반 23분 롤란도 루체나의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28분 아달베르토 페냐란다가 페널티킥을 놓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베네수엘라는 끝내 전반 35분 내준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의 골을 만회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에 한국팬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베네수엘라의 홈경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소년들의 간절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베네수엘라의 행복한 도전은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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