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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셔틀콕의 세계제패 숨은 비결 '믿음 리더십'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06-08 22:21


제15회 세계혼합단체전 배드민턴선수권을 제패한 강경진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린 가운데 배드민턴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세계배드민턴연맹



계절의 여왕 5월은 한국 배드민턴에게 있어 최고의 계절이었다.

5월 28일(한국시각)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막을 내린 제15회 세계혼합단체 배드민턴세계선수권대회서 깜짝 정상에 올랐다.

2003년 네덜란드대회 이후 14년 만의 쾌거였다.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세대교체를 단행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더구나 이전까지 6회 연속으로 세계 최강으로 군림한 중국을 뛰어넘은 것이라 더욱 값졌다.

세계혼합단체선수권은 수디르만컵으로 불리는 전통의 국제대회로 세계개인선수권, 전영오픈 등과 함께 올림픽에 버금가는 권위를 자랑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4경기까지 패-승-패-승으로 시소게임을 펼치다가 마지막 주자 혼합복식 최솔규(한체대)-채유정(채유정)이 2-0으로 완승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배드민턴계는 한국의 이번 우승이 기적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출전 선수 가운데 여자단식 성지현, 남자단식 손완호, 여자복식 장예나-이소희는 세계 상위랭커로 검증됐지만 남자복식 최솔규-서승재(원광대), 최솔규-채유정은 이제 키워나갈 재목이었다.

대표팀을 이끈 강경진 감독(44)은 "세대교체가 완성되지 않아 베스트 전력이 아닌데도 어린 선수들이 정신력을 발휘하고 가능성을 보여준 게 고맙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강경진 감독(왼쪽)과 박기현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이 5월 30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세계선수권 우승 기념 귀국 환영식에서 트로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하지만 어쩌다 얻어 걸린 기적이 아니었다. 한국의 우승 이면에는 코칭스태프의 과감하고도 치밀한 용병술과 선수단과의 의기투합이 있었다. 강 감독은 작년 말 리우올림픽 이후 개편 과정에서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조별예선 통과만 해도 됐다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었다"고 했다. 세대교체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별예선 통과로 8강에 오르자 "더 잃을 것도 없다.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연승을 거둔 남자복식 신예 최솔규-서승재를 활용한 전략에 집중했다. 서승재는 이번 대회에서 최솔규와 처음으로 복식조를 꾸렸다. 이전까지 단식 전문이었다. 신생조를 큰 대회에 내미는 게 모험이었지만 역발상을 했다. '적'들에게 전력이 노출되지 않은 점을 역이용하고자 한 것. 강 감독은 "우리는 상대조의 전력 파악한 상태이고, 상대는 우리를 잘 몰라 혼선을 겪었다. 특히 승재가 단식 출신이라 스피드가 좋기 때문에 초반부터 거세게 공격하라고 주문한 게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결승에서 대미를 장식한 혼합복식 최솔규-채유정 용병술에도 사연이 있었다. 최솔규-채유정은 결승 이전까지 2연패로 부진한 상태였다. 보통같으면 다른 조를 투입하는 게 상책이었다. 주변에서도 최솔규-채유정을 빼라는 권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강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욕먹을 각오로 마지막 한 번 더 믿기로 했다.

강 감독은 "10여년 간 지도자 경험을 하면서 최솔규-채유정같은 케이스를 많이 봤다. 언젠가 한 번은 해줄 것이란 느낌이 강했다"면서 "경기 전날 두 선수와 면담하면서 상황을 솔직하게 말해준 뒤 그냥 연습경기라 생각하고 편하게 해보라 했더니 뜻밖의 화답을 하더라"며 웃었다. 믿음으로 똘똘 뭉친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합작품, '세계 제패'는 그렇게 이뤄졌다.

스포츠조선은 14년 만의 쾌거를 이룬 배드민턴대표팀을 스포츠조선이 제정하고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코카콜라 체육대상 5월 MVP로 선정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자랑스러운 이들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이 수여된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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