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와 선수들이 먼저 '우리 선수가 잘못했다. 이해해달라'고 사과할 정도였어요."
제주의 우라와전 후폭풍이 거세다. 제주는 지난달 31일 일본 우라와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0대3으로 패했다. 1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던 제주는 2차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다잡았던 8강행 티켓을 놓쳤다. 더 큰 사건은 경기 후 터졌다. 경기 막판 신경전을 벌였던 양 팀은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서 뒤엉켰다. 흥분한 제주 선수들이 우라와 선수들을 뒤쫓아가는 장면이 그대로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일본 언론은 제주의 행동에 맹비난을 퍼부엇다. 우라와는 2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제주는 페어플레이 지수에서 1, 2위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얌전한 팀이다. 그런 제주 선수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흥분했을까. 중계 카메라에서 잡히지 않은 화면 밖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날 경기에서 퇴장 당했던 '당사자' 권한진에게 그날의 진실에 대해 들어봤다.
시작은 심판의 미숙한 경기 운영이었다. 권한진은 "심판탓을 하기는 그렇지만 너무 일방적이었다. 정상적인 경기를 하기 힘들 정도였다. 상대가 가격을 해도 불지 않고 우리가 정상적인 플레이를 해도 파울을 선언했다. 조용형이 정상 플레이를 하고도 퇴장을 당해 선수들 전체가 흥분했다"고 했다. 경기 막판, 코너 플래그에서 첫번째 사건이 시작했다. 권한진은 "권순형이 상대 선수들과 신경전을 펼치는데 즐라탄이 손가락으로 3대0 스코어를 만들면서 '너넨 끝났다'고 하더라. F가 들어가는 욕도 했다. 확인이 필요하지만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은 선수도 있었다. 당연히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지 않나. 백동규가 그 과정을 멀리서 보는데 당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더라. 그래서 말리려고 뛰어들다가 엉뚱한 선수를 가격한 꼴이 됐다"고 했다. 백동규는 퇴장을 당했다.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무토 유키가 제주 벤치를 향해 손가락 욕설도 날렸다. 제주 선수들은 흥분했지만, 이를 확인한 대기심이 무토에게 경고를 주며 일단락됐다.
진짜 문제는 경기 후였다. "모든 책임은 제주에게 있다. 그들은 축구가 아닌 프로레슬링을 했다"고 한 마키노가 불을 붙였다. 권한진은 "경기 끝나고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는데 상대 스태프들이 우리 벤치 쪽으로 와서 소리 지르고 물통을 던지면서 환호를 하더라. 승리한 팀에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 그때 마키노와 무토가 우리 감독님과 코치,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두 팔을 들고 소리를 지르면서 크게 세리머니를 하더라. 세리머니를 하려면 자기 벤치나 서포터스 앞에 가서 하면 된다. 굳이 우리 벤치 앞에 와서 과격한 행동을 한 것은 누가봐도 도발하는 행동이었다"고 했다. 조용형과 김원일이 마키노를 찾아가 언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펼쳐졌다. 권한진은 "일본 선수들이 찾아와 말리면서 '마키노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이해해달라'고 하더라. 그러는 와중에도 마키노가 계속해서 손가락 세개를 펴는 등 세리머니를 했다. 그래서 쫓아가게 됐다"고 했다. 도망가던 마키노는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추격전은 있었지만 선수들, 우라와 관계자들에게 어떤 물리적인 폭력은 없었다. 권한진은 "자기가 잘못이 없으면 왜 도망갔겠나. 마키노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트러블도 없었다. 정리가 되고 있는데 심판이 나에게 레드카드를 주더라. 황당했다"고 했다.
물론 제주 역시 당시의 행동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미 홈페이지에 팬들에게 양해의 글도 올렸다. 권한진 역시 "흥분해 페어플레이를 하지 못한 것은 분명 반성할 일"이라고 했다. 제주는 정확한 진상 파악을 위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전수 조사를 했다. 영상 분석도 마쳤다. 우라와 선수들의 도발을 확인하는 증거들을 확보했다. 우라와가 의견서를 제출한만큼 제주 역시 대응 자료들을 경기 감독관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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